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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싱크탱크 INSS의 러시아 프로그램 연구원들은 이제 이스라엘이 러시아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10월 7일 이후 러시아는 하마스의 편에 섰고, 하마스가 서부 네게브 지역에서 자행한 살인적인 테러 공격을 비난하기를 거부했으며, 이스라엘의 자위 권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행동은 이스라엘에게 대(對)러시아정책을 바꾸고 미국의 지도력하에서 서방 국가들과 굳건히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대학살 이후 하마스에 대한 러시아의 확고한 지지는 이스라엘과 러시아 간 관계의 전환점을 가져왔다. 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10월 7일 하마스의 살인과 공격을 비난했지만, 러시아는 반(反)이스라엘 입장을 채택하고 하마스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다. 하마스의 공격이 있은 지 불과 일주일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구(舊)소련 연방 국가 지도자들과의 연설에서 하마스 학살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이스라엘이 똑같이 잔혹하게 대응했다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그는 계속해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를 수십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 사상자를 낸 나치의 레닌그라드 포위 공격에 비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가자 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10월 16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살해된 이스라엘인의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했지만 하마스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어떤 분쟁에서도 양측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은 하마스와의 유대 관계를 계속해 발전시키려는 정책에 반영된다. 하마스에게도 러시아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는 하마스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인 러시아에서 환영받는 조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원칙적으로 미국, 영국, 독일, 기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하마스를 합법적인 정치조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러시아와 하마스의 관계가 항상 오늘날처럼 긴밀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를 통틀어 그리고 2006년 팔레스타인 입법 의회 선거에서 하마스가 승리할 때까지 러시아는 하마스의 테러 활동을 비난하고 하마스 부대원들을 이슬람 무장세력, 광신도, 극단주의자로 규정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의회 선거 이후 푸틴 대통령이 하마스가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되었다고 선언한 이후 러시아와 하마스의 관계는 극적으로 변화되었다. 러시아 외교부 관리들은 2006년부터 하마스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2011년 하마스가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을 지원한 이후 일시적으로 러시아와 하마스의 관계가 악화되었다. 시리아 내전 발발 당시 시리아에 있던 하마스 인사들은 반군과 함께 적극적인 역할을 했고, 반면 러시아는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하마스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고, 수년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마스 지도자 대표단은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러시아 외무부 장관 및 기타 고위 관리들을 만났고 하마스 관리들과 다른 나라의 러시아 외교관들 간 회의도 열렸다. 러시아는 이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투에서는 일관된 입장을 취하지 않았으며 당시 러시아의 특별한 이해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4년, 이스라엘이 프로텍티브 에지 작전(Operation Protective Edge)을 펼치는 동안 러시아는 2008~2009년 이스라엘의 캐스트 리드 작전(Operation Cast Lead)때와는 달리 객관성을 유지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등 정책에 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러시아의 입장 변화는 아마도 이스라엘이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에 대해 비난을 자제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러시아의 현재 이익이 이스라엘에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러시아의 주요 목표는 미국이 주도해 나가는 서방세계의 관심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돌리는 것이다. 중동 지역의 사건에 대한 미국의 관여 증가는 이러한 러시아의 목표에 부합한다. 동시에 러시아는 현재 가자 지구 분쟁의 발발에 대해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둘째, 러시아는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행위자로서의 입지를 회복하기를 열망하며 가자 지구에서 휴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호 전략적 동맹이 되었고,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는 하마스를 포함한 이란의 동맹국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채택해 왔다. 더욱이 미국이 중동에서 관심의 초점이라는 점은 러시아에게 매우 편리하다.

하마스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는 러시아가 국제 무대에서 취한 여러 조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월 16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가자 지구 휴전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어떠한 비난도 포함하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테러 행위를 비난했는데, 이것은 하마스의 행동 또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군사 작전을 비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러시아의 휴전 결의안은 al-Ahli 병원을 강타한 로켓이 가자지구 내에서 발사되었다는 명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그 병원 폭발에 이스라엘이 책임이 있다고 시사했다. 10월 25일, 러시아는 하마스를 비난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 미국의 결의안을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여 저지했다. 이후 러시아의 반(反)이스라엘 수사(修辭)는 더욱 강력해졌는데 마치 구(舊)소련 연방이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즉, 11월 2일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스라엘이 가지 지구의 “점령국”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하마스 고위 관리들의 논평은 또한 하마스가 러시아와 얼마나 가까운지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국영 언론 매체인 Russia Today와의 10월 8일 인터뷰에서 하마스 고위 관리인 알리 바라카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직후 하마스는 러시아에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가자 지구 전쟁 중에 하마스 고위 관리 대표단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일행 중 한 명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우리는 러시아를 가장 가까운 친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방문 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외교부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도 이집트 텔레비전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인들이 하마스 공격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이를 자신들의 군사 사관학교에서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마스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는 국제 외교 무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마스 기지에서 이란을 통해 운반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산 대전차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등의 무기가 발견됐지만 러시아는 이러한 무기 거래를 묵인했다. 또한, Russi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바라카는 러시아가 하마스에게 AK-47(칼라시니코프) 공격소총과 탄약을 자체 버전으로 제조할 수 있는 허가증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무장 부대는 러시아 서버를 사용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하마스는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면서 하마스(및 이슬람 지하드)가 통제하는 디지털 지갑으로 수천만 달러를 보내는 등 러시아 암호화폐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이 하마스 테러리스트 훈련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국영 언론도 명백히 친팔레스타인 노선을 채택했다. 러시아의 선전매체는 이스라엘 방위군의 민간인 학살을 강조하고 팔레스타인 사상자의 수를 과장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군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al-Ahli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 이후 러시아 언론은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보도한 사망자 수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러시아 국영 언론에 따르면 “민간인, 여성, 어린이를 공격할 수 없는” 러시아 군인과는 달리, 이스라엘 군인은 살인 등 민간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부도덕한” 것으로 묘사된다. 텔레그램과 같은 러시아 소셜 미디어 채널에도 반(反)이스라엘 수사(修辭)와 노골적인 반(反)유대주의 발언이 넘쳐 난다.

10월 29일 러시아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과 유대인 승객들에 대한 살해 미수 사건 여파로 푸틴 대통령은 정부 및 보안 기관 수장들과 의 회의를 소집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차별화하며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중동 및 전 세계의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국민의 미래를 포함한 전 세계의 운명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 전쟁 이 두 분쟁을 연결하며 푸틴 대통령은 분명히 러시아를 하마스 편에, 이스라엘을 미국과 서방과 함께 반대 편에 두었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하마스가 민주주의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검증한 셈이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러시아의 행동은 러시아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스라엘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불어넣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對)러시아 정책에서 추진해야 할 변화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을 포함하여 명백히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직면한 도전에 잘 대처하기 위해 정책을 보다 빨리 변화시킬수록 중동과 그 너머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위한 전략적 균형은 보다 잘 유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