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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말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Power of Siberia-2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투자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청을 거부하고 대신 러시아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 전액 비용을 부담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은 또한 크렘린과의 협상에서 강력한 ‘교섭력’을 과시하며 러시아산 가스에 대해 상당한 가격 할인을 해 줄 것을 주장했다(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11월 24일). Power of Siberia-2 은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유럽 시장에서 철수한 후 발생한 손실을 완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에너지 자원에 대한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약화되자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 구입을 늘렸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러시아가 유럽 시장에 대한 제한된 접근으로 인한 손실을 완전히 회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한 현재 Power of Siberia-1 파이프라인을 통해 나오는 가스는 이미 유럽 연합과 터키에 파는 가격의 거의 절반 가격에 중국에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 분석가인 Mikhail Krutikhin은 중국은 대량의 천연 가스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Power of Siberia-2 파이프라인 건설에 거의 관심이 없다고 강조해 말한다. 그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의 계획 용량이 500억 bcm인 반면, 가스프롬은 평균 155bcm을 서방으로 수출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가격 할인을 통해 러시아가 중국으로 가스를 수출해 벌어 들이는 돈은 가스 추출 및 운송에 드는 운영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두 번째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도록 강요되고 있다. 왜냐하면 Power of Siberia-1의 제한된 가스 매장량 때문에 Power of Siberia-1 만으로는 기존 협정에 따른 가스 공급을 확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리 방송 러시아 서비스, 11월 28일).

중국이 러시아의 취약점을 악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봄 중국이 자국의 선전 문구에서 러시아의 반(反)서구적 서사를 활용하고 러시아 극동 지역을 “자원 식민지”로 취급했다며 중국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가 봉사할 때에만 중국은 러시아를 지원한다고 지적했다(EDM, 2월 6일 참조). 중국은 자국에 해가 되는 일에 관련해선 러시아를 돕지 않을 것이다.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의 중국학 교수인 Marina Rudyak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하면 중앙아시아와 그 외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화되지 않을까 중국 정부는 진심으로 두려워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라디오 Svoboda, 2022년 5월 21일).

동시에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해선 러시아에 실무적인 지원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15년부터 실시해 온 인터넷 검열 및 디지털 통제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해 중국의 ‘거대한 방화벽’의 기능과 역량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크렘린, 2019년 6월 5일; 라디오 자유 유럽/라디오 Liberty, 4월 5일). 그러나 이러한 중-러 간 협력은 중앙 아시아, 남부 코카서스 및 기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가제타, 2019년 9월 20일; EDM, 2022년 10월 5일, 2022년 11월 15일, 5월 24, 8월 10일).

러시아가 곤경에 빠진 것은 중국과 기타 ‘비서구’ 국가를 포함한 자신의 ‘동방 파트너’와의 협력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원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4개국으로 구성) 확대가 “서방의 패권과 신식민지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이 될 것이라고 반복해서 밝혔다(이즈베스티야, 8월 23일). 이에 반해 다른 브릭스 회원국들은 서구 국가들과의 단교를 계획하지 않고 오히려 동방-서구의 균형을 찾아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의 또 다른 비현실적인 희망은 국제 제재를 회피하려는 자국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브릭스 회원국을 위한 단일 통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한 논의는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Sibnovosti, 2022년 12월 3일). 여름 중반 러시아 중부의 한 언론은 브릭스 단일 통화 구상의 실현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언급하면서 단일 통화가 8월에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모스콥스키콤소몰레츠, 7월 9일). 친(親)크렘린 전문가들은 새로운 브릭스 통화가 어떻게 “독성이 있고 사용하기 불편한” 미국 달러를 대체하고 정부 간 지불 및 결제에 사용될 것인지 논의했다(Vechernyaya Moskva, 7월 3일). 그들 중 가장 낙관적인 사람은 달러가 이러한 브릭스 통화의 도전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Iarex.ru, 5월 17일).

8월 브릭스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관리들은 브릭스 회원국들이 가까운 미래에 단일 통화를 만들 의도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8월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 장관은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제안된 단일 통화에 대한 러시아의 희망을 공식적으로 낮췄다(Rossiyskaya Gazeta, 8월 24일). 같은 날, 에녹 고동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재무 장관은 브릭스 단일 통화 창설은 브릭스 내에서 심지어 비공식적으로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포브스 러시아, 8월 24일).

브릭스 동맹국에 대한 러시아의 비현실적인 기대가 러시아-이란 관계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2022년 초 러시아는 이란 Sirik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14억 달러의 신용 한도를 연장했는데, 이란은 아직 이 빚을 다 청산하지 못했 다. 2022년 7월 가스프롬과 이란 국영 석유회사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4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프로젝트에는 걸프만 근처의 Kish & North Pars 가스전 개발과 South Pars 가스전 운영에 대한 러시아의 참여가 포함된다(Nezavisimaya Gazeta, 2022년 11월 7일). 러시아-이란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진전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러시아와 이란의 공동 프로젝트가 진전되지 못한 것은 Power of Siberia-2건설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에 실패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독립 분석가들은 작년 러시아가 “North-South” 회랑을 따라 건설된 저개발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데 있어 이란의 지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러시아는 카스피해와 이란을 거쳐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이 운송로 개발을 모색해 왔다. 새로운 운송로가 추가로 개발되더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전에 사용했던 전통적인 운송로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Carnegie Politika, 2022년 10월 28일).

러시아는 정치적 지원과 지지를 미미하게 받는 대가로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파트너 국가들에게 전략적 자원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점점 내몰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그러한 정책은 러시아에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분야에서는 중-러 및 이란-러시아 간 협력이 개선되었지만, 현재 상황은 결국 중국과 이란 모두 러시아를 희생시키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