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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터키는 다시 한번 베네수엘라에서 중재자가 되어 해결책을 추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두로가 망명할 경우 그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도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내와 남미 지역 동맹국들 사이에서 지지를 잃으면서, 베네수엘라가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미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마두로가 야당과의 거래 또는 자신에 대한 사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마두로에게 “복수”를 하지 않을 것이며 마두로 정부 구성원들에게도 박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마두로가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면, 설사 그가 사면을 받더라도 베네수엘라에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이 비밀 협상에서 마두로가 사임한다면 그에게 마약 유통 범죄 혐의에 대한 사면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모색했다고 보도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마두로가 평화롭게 퇴임할 수 있도록 파나마를 거쳐 제3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마두로가 권력을 내려놓기로 결정하면 터키가 그를 위한 잠재적인 피난처로 부상할 수 있다.

2016년 이래로 터키는 중국, 러시아, 이란, 인도와 같이 마두로 정권의 주요 전략적 파트너가 되었다. 터키-베네수엘라 관계는 마두로의 잦은 터키 방문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높은 대중적 지지 덕분에 강화되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논란이 된 베네수엘라 대선 이후 마두로의 당선을 공식적으로 축하하지는 않았지만, 대선 이후 마두로와 대화를 나눈 극소수의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마두로와의 전화 통화 중에 에르도안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평화롭게 대선을 치른 것에 찬사를 보냈고, 마두로에게 터키를 방문하여 양국 간 주요 프로젝트를 더욱 발전시키자고 하였다. 친정부적 터키 언론은 이 소식을 재빨리 보도하며 마두로가 곧 터키를 방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두로가 권력을 내려놓고 해외로 이주하기로 결정하면, 그는 민주 국가보다 터키와 같은 독재 국가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느끼는 터키와의 강력한 유대감과 에르도안과의 편안함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 마두로는 지난 7년의 집권 기간 동안 다른 어떤 나라보다 터키를 공식적으로 더 많이 방문했으며, 터키 문화를 칭송하고 터키 TV 쇼의 팬이 되었다. 2018년 터키 방문 당시 마두로와 그의 가족이 이스탄불의 고급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방영되면서 그와 터키와의 관계가 더욱 주목을 받았고, 당시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에서는 분노가 폭발했다. 게다가 마두로는 터키 국민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2019년 1월 마두로가 정통성 위기를 겪는 동안 터키 국민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WeAreMaduro”와 “#WeWontLet Them TakeMaduroDown”과 같은 해시태그로 그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였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마두로의 확고한 입장은 특히 터키 국민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고, 일부 사람들은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하도록 기도를 하기도 했다.

재산 문제에 있어 터키는 마두로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마두로가 터키에 재산을 은닉했다는 주장도 여러 건 있다. 터키가 식량을 공급해 준 대가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터키로 대량의 금을 이전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베네수엘라 관리들은 금이 터키에서 정제되면 베네수엘라로 반환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금은 이후 결코 돌아오지 않았고 따라서 터키 은행에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 미국 당국은 식량을 위한 금 프로그램과 관련된 터키의 유령 회사가 연루된 여러 부패 스캔들을 포착했다. 터키의 금융 시스템은 이미 자금 세탁에 대한 조사를 받았으며, 2021년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로 터키를 ‘그레이(Gray) 목록’에 올렸다. 또한 터키는 국제 범죄 영장이 발급된 개인에게 거주권을 부여한 역사가 있다. 터키는 “황금 여권” 프로그램을 통해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제공하여 국제 범죄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 이러한 것들을 감안할 때, 마두로와 그의 동료들은 터키를 자신의 금융상 자유와 재산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옵션으로 볼 수 있다.

법적으로 미국이 마두로에 대한 기소를 취하할 수는 있지만 그의 정권하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사는 과연 막을 수 있을까 마두로는 걱정할 수 있다. 터키가 국제형사재판소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두로에게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한 잠재적 기소로부터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터키는 국제형사재판소를 설치한 로마 규정에는 서명했지만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형사재판소의 판결에 구속되지 않다. 예를 들어, 터키는 2017년 이스탄불 정상회담에 참석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을 체포하라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요청을 무시했는데, 알바시르는 대량 학살과 전쟁 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다. 에르도안 정부 하에서 법률 문제에 대한 터키의 비교적 관대한 입장은 국제 감시를 피하고자 하는 마두로와 그의 동료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룰라 브라질 대통령에게 마두로를 설득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정권 이양이 시작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터키는 마두로에게 매력적인 망명지로 부상할 수 있다. 터키는 이전 마두로와 베네수엘라 야당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야당의 내부 갈등으로 인해 그러한 노력이 중단되었다. 최근 야당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터키에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마두로 이후 시대에 터키의 투자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터키가 과도 정부를 지지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에티오피아 분쟁에서 중재자로서의 국제적 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에르도안의 터키는 베네수엘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에 다시 참여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관심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두로의 퇴진을 위한 협상을 가능하게 하고 베네수엘라가 더 심각한 정치적 갈등과 위기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