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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전진당(MFP: Move Forward Party)은 2023년 5월 총선에서 놀라운 승리를 거두었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잠정 선거 결과에 따르면, 전진당은 지역구에서 113개 의석을 획득하였고, 1,400만 정당 표를 얻어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 39개 의석을 확보했다. 이번 총선에서 총 152석을 획득한 이러한 놀라운 결과로 전진당은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하게 되었고, 그래서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이끌어나갈 권한을 갖게 되었다. 전진당의 승리는 2001년 이후 탁신 지지 정당들의 오랜 연승 행진을 끝내고 태국의 보수적인 현상 유지에 대한 분명한 거부를 나타내는 태국 정치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전진당의 지지 기반이 대학생들이 유권자로 등록된 도시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전진당의 선거 성공은 도시 지역 너머로 광범위하게 확장된다. 수도 방콕에서 전진당은 하원 33석 중 32석을 차지했고, 현재 망명중인 전(前)총리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과 연계된 프아타이(Pheu Thai)당 후보가 한 석을 차지했다.

또한 전진당은 뿌리 깊은 부패 네트워크와 지역 내 영향력 덕분에 천하무적으로 간주되었던 사뭇 쁘라칸 주(州)의 Asavahames 가문과 촌 부리 주(州)의 Khunpluems 가문과 같은 견고한 정치 왕조를 축출했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프아타이당의 거점이었던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전진당은 10석 중 7석, 북동부 우돈타니에서 10석 중 1석을 확보했다.

전진당이 전국적으로 그리고 지방에서 거둔 놀라운 총선 승리는 정치 및 제도적 환경의 변화를 감안할 때 더욱 인상적인 것이었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전진당의 전신인 FFP(Future Forward Party)은 지역구에서 31개 의석을 차지했는데, 이러한 결과는 신생 정당인 FFP가 거둔 중요한 성과였다.

그러나 FFP의 이러한 성공은 종종 운이 좋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FFP는 100개 선거구에서 강력한 프아타이당과의 직접 경쟁에 직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00개 선거구에서 프아타이당은 자매 정당인 Thai Raksa Chart Party 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Thai Raksa Chart Party 은 태국 국왕의 누나인 우본라타나 공주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과 관련해 법원 판결로 해산이 되었다.

FFP는 633만 정당표를 얻어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 50개 의석을 차지했다. FFP의 이러한 성과는 소규모 정당이 정당 명부식 비례 대표 의석을 확보하고 지역구 선거의 제로섬 성격을 완화하기 위해 채택된 단일 투표 혼합 의원 할당 선거 시스템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선거에서 프아타이당이 광범위한 캠페인을 벌였고 또 선거 제도가 변경되어 전진당이 선거에서 얻은 득표가 하원 의석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을것이라는 얘기가 많아 전진당의 선거 열세가 예상되었다. 그러나 전진당은이전보다 더 많은 의석을 획득해 더욱 강해졌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전진당의 놀라운 승리에 기여했다. 첫째, 전진당이 소셜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승리에 나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진당은 야당으로서의 확고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고, 또한 유권자 직접 접촉과 같은 전통적인 캠페인 방식을 우회하여 광범위한 지지자 그룹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전진당은 후원보다는 이념을 활용하여 이전에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정당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었던 많은 젊은 세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전진당의 성공은 또한 2020년 이후 민주화 운동의 바람을 잘 활용한 전진당의 능력 덕분이기도 하다. 전진당은 사회 운동과 의회 정치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정당으로서 여러 활동을 수행했다. 즉, 수감된 활동가들을 보석 석방시키고, 이들을 정당 조직안으로 통합시켰으며, 이들의 요구를 정책과 입법에 반영했다.

전진당의 정강정책은 또한 메시지가 명확하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면, 전진당은 태국 형법 112조 ‘왕실 모독죄’ 개정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2014년 5월 쿠데타에 연루된 장군들과는 연립 정부 구성을 거부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전진당의 정강정책은 전진당과는 달리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모호한 입장을 취했던 프아타이당과 같은 경쟁 정당과 전진당을 차별화시켰다.

사실상의 지도자인 탁신 친나왓이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쁘라윳 정권과 연계된 인사들과 타협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프아타이당과 달리 전진당은 쁘라윳 정권에 대한 강력하고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이러한 차이로 양당 사이에서 방황하던 유권자들은 전진당에 표를 던졌다.

마지막으로, 전진당의 지도자이자 총리 후보인 피타 림짜른랏의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이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피타 림짜른랏은 노인과 진보 성향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매우 인기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선거 캠페인의 마지막 기간 동안 피타 림짜른랏은 공개 토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미디어 출연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피타 림짜른랏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자 프아타이당의 패통탄 친나왓을 비롯한 다른 모든 후보들은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전진당의 극적인 부상은 아마도 이러한 요인들이 수렴된 역사적 순간이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20년 동안 태국 정치는 탁신 친나왓과 동맹을 맺은 세력과 군부 및 보수 세력의 지원을 받는 세력 간의 권력 투쟁의 악순환에 갇혀 있었다.

그 결과 태국 국민, 특히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정치적 분열에서 비롯된 위기의 짐을 짊어진 젊은 세대는 태국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권력에 대한 야망만을 가지고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하는 군부 독재자에게도, 좋은 통치를 설교하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는 전통적 정치 및 관료 엘리트에게도, 그리고 국민의 의지보다 과두주의 이익에 더 몰두하는 것처럼 보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게도 신물이 났다. 무엇보다 그들은 더 큰 자유에 대한 그들의 요구에 귀가 먹먹할 정도의 침묵이나 심지어 폭력으로 대응하는 작동이 멈춘 태국 정치 체제에 좌절하고 있다.

따라서 전진당의 성공이 전적으로 그들의 선거 캠페인 전략, 입장, 정책 내용 또는 리더십에 기인할 수는 없다. 전진당의 성공은 수백만 명의 태국인이 전진당에 투사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그들의 억눌린 불만과 열망을 반영한다. 전진당의 승리는 변화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상징하지만, 그들의 앞날에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군부에 의해 임명된 상원과 태국의 보수적 현상 유지를 바라는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은 전진당이 추진할 구조 개혁에 중대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전진당이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