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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ense & Security

유럽 안보, 유라시아 교차로?

소련 지도가 있는 오래된 지구본

Image Source : Shutterstock

by Zachary Paikin , Christos Katsioulis

First Published in: Jul.11,2023

Aug.14, 2023

전쟁으로 피폐해진 유라시아 대륙에서 규칙에 기반한 협력을 유지

요약

2023년 7월 11일부터 12일까지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 회담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간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또 다른 행보를 의미한다. 활성화된 유럽 연합의 확대 과정과 조화를 이루며 미국과 유럽 연합은 러시아의 참여 없이 유럽 안보 질서의 조건을 설정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거대 지역’이 공존하고 국제 질서에 대한 비전에서 상호 배치되는 견해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유럽 연합이 유럽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지역에서 어느 정도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안보 협력은 필요하고 적절하다. 이러한 방향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유럽 연합은 유럽 안보 협력 기구(OSCE)를 계속 운영하고, 군비 통제와 관련해 벨라루스와 제한된 대화를 시작하며, 언젠가는 러시아를 포함하는 유럽 정치 공동체의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

 

심상(心象)의 중요성은 분명했다. 올해 3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동시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방문했다. 유라시아 대륙의 거의 정반대 끝에 위치하고 있는 아시아의 양대 경제권 (중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이 유럽 분쟁의 교전국을 방문함으로써 두 지역의 안보 역학이 얼마나 통합되었는지를 잘 보여 주었다.

 

그러나 20세기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된 중국의 지도자는 불과 1년 전 이웃 나라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행위를 자행한 나라인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과시했다. 반면 일본의 지도자는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보여 주었다. 중국이 ‘반(反)패권’ 이라는 이름으로 국제법과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한 러시아와의 협력을 대폭 강화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세계의 복잡하고 변화하는 국제 질서 패턴을 드러낸다.

 

범(汎)유라시아 안보 공간에서의 통합 증가는 국제 질서의 현대적(혼합적) 토대에 대한 미묘한 이해와 결합될 때 유럽 자체의 안보 질서가 유럽 연합의 자체의 탄력성 뿐만 아니라 자체 규범의 궤도를 넘어 보다 다양한 ‘유라시아’ 공간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새로운 도구와 접근 방식을 개발하는 유럽 연합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러시아가 유럽을 ‘떠나고 있다’는 생각과는 달리,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유럽-유라시아 공간을 단일한 범유럽적 안보 시스템으로 생각해야만 유럽 연합이 유럽 대륙을 특징짓는 규범적 경쟁과 정치적 다양성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가지 주요한 추세 

강대국 간 경쟁의 귀환은 무역 규칙, 공급망, 기술 제한, 중요한 광물에 대한 접근, 보다 광범위하게는 세계화의 미래와 같은 여러 정책 전선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낳았다. 또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 모두가 정보 공간을 차지하려고 경쟁하고 아울러 점증하는 민족주의 정서와 싸우면서 강대국 간 경쟁의 영향력은 국내적으로도 느껴졌다. 그러나 거시적 수준에서 보면 두 가지 큰 추세가 나타난다. 하나는 지정학적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규범적 경향이다.

지정학: 거대 지역의 부상

전통적으로 권력 정치와 지리학의 교차점에 놓여 있는 것으로 정의되는 지정학적 추세는 동반구에 유라시아 대륙과 인도-태평양 해양 지역과 같은 ‘거대 지역’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역은 용어의 일반적인 의미에서 식별 가능한 ‘지역’으로 보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다양하지만, 이들 지역이 경제적 또는 사회적 측면에서 얼마나 통합되어 있는지에 관계없이 이 지역에 관한 전략적 토론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이라는 단일 패권 하에서 서반구가 통합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동반구라는 거대 지역은 다중(多重)적이어서 탐색해야 할 복잡한 지형이 있음을 암시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악화하는 미-중 관계로 대립 상태에 빠져 있지만, 인도와 아세안(ASEAN)과 같은 어느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는 다양한 정도의 비동맹 세력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유럽 연합에게 있어 이 거대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엄청난 규모의 무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유럽 연합 회원국들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초점이 분명히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기반하고 있다.

 

유라시아 지역은 무역 증가와 연결성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지만, 중-러 협력 및 터키와 중앙아시아 간 연계와 같은 전략적 상호 작용을 통해서도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한다. 중국은 이미 기술, 무역 연계, 항만 소유권 의 측면에서 유럽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과 우크라이나 재건을 둘러싼 문제에서도 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어 유럽의 미래의 안보 질서를 형성하는 데 있어 중국의 영향력이 발휘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많은 부분이 미국과 유럽 연합의 동의에 달려있겠지만, 중국의 역할은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재정적인 기여로 한정될 수도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총포를 침묵시키는 직접적인 역할까지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직접적인 역할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잃어버린 영토를 군사적으로 되찾지 못하도록 단념시키겠다는 서방의 약속을 대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막기 위해 크렘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유럽 안보는 이제 범대서양 또는 유럽-대서양적 특성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기후 변화와 북극 해상 항로 개방과 같은 공동의 도전과 지리적 현상 이외에 지난 몇 년간의 정치적 발전으로 유럽과 아시아는 점점 더 상호 연결된 안보 복합체가 되고 있다. 2013-2014년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러시아와 서방 간 관계 악화는 러시아가 이미 선언한 바 있는 ‘동방으로의 회귀’를 가속화시켰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일본과 한국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한 이후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어 새로운 형태의 ‘동방으로의 회귀’가 나타났다. 따라서 중국은 크렘린의 전략적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또 새로운 안전 보장이 합의되면 우크라이나 재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이론적) 능력을 통해 유럽 안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체가 되었다. 또한 중국의 성장하는 해상 파워(힘)는 무역 문제 뿐만 아니라 글로벌 규범의 미래의 형태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국제법 영역에서도 유럽 연합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과 아시아 두 지역을 통합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유럽(및 미국)의 우선 순위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5개월 전 이미 유럽 연합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코앞 까지 닥친 상황에서도 유럽 연합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성을 계속 부여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리고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한 ‘민주주의 대(對) 독재’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거부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서구 국가의 지도자들(의사 결정자)가운데 이러한 수사(修辭)의 확산은 대서양 동맹국이 유럽과 아시아 두 지역에 대한 초점을 배가할 추진력을 제공했다.

규범: 국제 질서의 쇠퇴?

규범적 추세는 유럽 연합이 속해 있는 국제 질서의 서로 다른 계층(위계)을 구별하는 능력 증가와 관련이 있다. 국제 질서에 대한 논쟁은 종종 진화하는 힘의 분배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양한 분석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분석가는 세계가 대체로 단극 상태로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분석가는 세계가 양극 또는 다극성을 향한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극 또는 양극 또는 다극성이 작동하는 국제질서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O) 또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RBIO)와 같은 용어를 어떻게 특성화할 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2015년 시리아 침공에 이어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포퓰리즘이 부상하고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미래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실제 범위와 도달 범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었다. 즉,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주로 서구 사회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글로벌한 것인지, 그리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주로 다자주의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는지 또는 가치 기반 구성 요소도 포함하고 있는지 등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사건의 성격을 고려할 때, 국제 질서의 조건을 설정하는 서구의 ‘리더십’이 개념으로서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핵심 구성 요소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2014~2015년 러시아의 침략 행동은 미국과 유럽 연합이 일방적으로 유럽 안보의 규범을 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탈냉전 시대 중동에서 서구의 독점적 군사 개입을 종식시켰다. 마찬가지로 포퓰리즘의 부상은 서구 사회에서 자유주의의 이념적 패권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30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미국이 그들이 사실상 창조했던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데 계속 투자할 것인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제도의 확산, 자유주의적 가치, 개방 무역, 서구 리더십, 전 세계적 규모의 변혁적 야망 등 이러한 모든 요소를 통합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정의를 살펴보면 글로벌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만들려는 시도가 1990년대 초에 시작되었고 2007-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그에 따른 대침체 당시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2007-09년 글로벌 경기침체가 미국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로 부터, 서구 리더십의 경제적 요소를 과연 수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탈 냉전시대 ‘초세계주의’가 잠식되는 길이 닦아졌다. 2011년 나토의 리비아 개입 이후 서방 정치 지도자 간 더욱 강력한 경쟁과 다툼이 펼쳐졌다. 일부 지도자들은 나토의 리비아 개입은 민간인 보호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제시한 명령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았고 또 푸틴이 2012년 러시아 대통령으로 복귀할 것을 예고했다.

 

글로벌 질서와 동의어가 되지 못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오늘날 지리적 위치에 상관없이 서구 사회로 한정된 것처럼 보이며, 오늘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민주주의의 확산보다는 민주주의의 수호를 강조한다. 오늘날 ‘민주주의 대(對) 독재’의 이분법은 이전의 모델이 오랜 수명을 보이며 결국 다른 나머지 세계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유엔 시스템, 다자간 기구 및 국제법에 기반한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글로벌 질서라는 중립적으로 들리는 묘사에도 불구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하나의 개념으로 확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떤 개념화에서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1945년부터 존재해 왔으며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서구 리더십에 의존한 반면, 다른 개념화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같이 새롭게 구상되고 담론적으로 경쟁하는 전략적 공간에서 여전히 생성되어야 하는 것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일부 지역에서 의도적으로 불투명하고 서구 패권의 단순한 연막으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최소한 관계의 평화적 수행과 분쟁 해결에 대한 전 세계적 약속, 유엔 헌장의 기본 교리를 포함하여 보편적으로 합의된 국제법 규범에 대한 존중 또는 상호 합의된 절차에 대한 존중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되고 있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차이점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질서가 단수가 아닌 복수(復數)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 다른 세계 질서가 있는 만큼 하나의 세계 질서가 있다고 말을 해서는 안된다. 서로 다른 정책 영역의 측면에서 질서를 구분한다면 미국과 중국 모두 현대 세계 질서의 특정 측면을 지지하는 반면 다른 측면은 거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전적으로 현상 유지 권력도 아니지만 완전히 수정주의적 의제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미국의 확고한 안전 보장과 결합된 대체로 단극적 세계가 국제 질서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라는 생각과 씨름할 필요성을 제거해 주기 때문에 유럽 연합은 ‘현상 유지’로 부터 막대한 혜택을 얻었다. 이제 유럽 연합은 ‘힘의 언어’를 수용할 수 있는(또는 수용해야 하는) 범위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만, 이것은 유럽 연합이 왜 다른 주요 국가들과는 달리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계속 방어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유럽의 자세는 유럽 연합의 내부 시스템의 특성과 유럽 연합의 조약에 대한 헌신 뿐만 아니라 진화하는 강대국 간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규범과 지정학의 교차점 – 그리고 그 교차점이 유럽에 보내는 시사점

규범적 영역에서 우리는 질서의 파편화, 달리 말하면 규범의 ‘탈보편화’를 목격하고 있다. 통합된 글로벌 경제와 글로벌 제도는 모든 국가가 충성하는 하나의 포괄적인 글로벌 질서가 아니라 국가가 국제 질서의 형태를 소송하고 서로의 (상충될 수 있는) 규범적 비전에 대해 경쟁하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할 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정학적 영역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관찰된다. 지역 무대는 의심할 여지 없이 그 중요성이 커져 소규모 국가들에게 강대국과 함께 국제 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이러한 무대는 서로 다른 지역의 국가들이 서로의 안보 인식을 형성하는 공통 시스템으로 점점 더 통합되고 있다.

 

이러한 통합 및 분열의 이중 과정은 이러한 거대 지역과 다양한 질서 사이의 연결을 어떻게 개념화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중국 (및 아마도 인도)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중재하고 또 우크라이나 재건에 관여할 가능성 그리고 G7을 통해 일본이 서방 파트너 국가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해 협력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인도-태평양 거대 지역의 강대국 간의 전략적 계산은 유럽의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안보의 역학 측면에서 유럽 질서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연결(또는 연결 부족)은 유럽과 유라시아 지역 간 관계의 본질이다.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으로 돌아와 러시아를 확실히 비(非)서구, 비(非)자유적 국가로 자리매김한 이후로 러시아가 유럽을 ‘떠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마스트리흐트 조약 체결 이후 유럽의 정치 및 경제 질서가 유럽 연합 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국가들이 유럽 연합의 규범 및 표준을 따르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규범에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도전하는 것은 자국의 유럽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러시아의 ‘대 유라시아’ 담론은 냉전 종식 이후의 초기 야망처럼 러시아가 유럽에 다시 합류하려 하지 않고 대신 새로운 지정학적 공간을 만들려는 의도를 보여 주었다. 이 유라시아 공간은 구(舊)소련 지역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경제 연합(EAEU)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와 같은 조직에 의해 운용되며 러시아가 주도하거나 또는 리스본에서 상하이까지 광범위하지만 아직 특정되지 않은 다심(多心)적 범(汎)유라시아 시스템의 형태를 취하며 러시아가 핵심 역할과 동-서 간 교량 역할을 할 것이다. 유럽 연합과 유라시아 경제 연합 간 어떤 종류의 연계를 통해 유럽 대륙 질서에 대한 러시아와 유럽 연합 중심의 비전을 상호 연결하려는 노력은 유라시아 경제 연합의 한 축인 관세 동맹과 우크라이나가 동-서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유럽 연합의 주장 때문에 실패했다.

 

그러나 유럽을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지역으로 확장적 의미로 정의하든 그렇지 않든 러시아-서방 간 관계의 붕괴가 유럽과 유라시아 지역을 단일 공간으로 생각할 필요성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유럽 연합과의 관계를 구축하기를 원하지만 유라시아 심장부에 자국을 완전히 위탁하기를 원하지 않는 구(舊)소련 국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터키 외교 정책에서 ‘범(汎) 투르크’ 요소가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부각되어 나토 회원국인 터키와 집단안보조약기구 회원국인 카자흐스탄 사이에 더 깊은 전략적 관계가 맺어질 것이 기대된다. 두 개의 적대적인 군사 동맹인 나토 회원국과 집단안보조약기구 회원국 간에도 연결 다리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남코카서스의 국가들 이외에 터키와 세르비아도 러시아와 서방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유럽과 유라시아의 안보 공간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의 기준을 고려할 때 이들 사이의 단일 공간 개념을 구축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렌즈를 통해 볼 때 유럽 연합과 러시아는 상대적인 측면에서도 극과 극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자유주의적 규범의 촉진, 세계 질서에서 미국의 우위 유지, 서방 동맹 구조 내에서 미국의 리더십 유지에 중점을 둔 새로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관해 말하자면 미국은 탈 냉전시대 수많은 국제법을 위반했고 또 규범적 담론도 선택적으로 적용하여 ‘너를 위한 규칙이지만 나를 위한 규칙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러한 태도가 현 민주당 정권 하에서도 어느 정도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어느 정도 미국의 거울 이미지이다: 중국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뒷받침하는 패권주의와 자유주의적 가치를 거부하지만 남중국해에서 ‘지상의 사실’을 만들려는 노력에서 처럼 규칙 준수가 선별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자주의와 시장 개방에는 계속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경우 분열이 더욱 극심하다. 유럽 연합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모두에 전념하는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남아 있다; 반면 러시아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단호히 거부했으며,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칙과 규범도 무시하고 있다.

유럽과 유라시아의 교차점에 있는 유럽 연합

유럽 연합은 이웃 지역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시험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해 더욱 강력한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연합은 태생적으로 이 시험에서 내재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외교 및 안보 정책에서 유럽 연합은 특이한 존재이다. 공동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간의 만장일치가 필요해 이로 인해 유럽 연합의 기동력이 조심스럽지만 제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원이 이러한 현상의 교과서적인 예이다. 우리는 유럽 평화 시설(European Peace Facility)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조치들을 보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유럽 연합 회원국들이 군사 조달 계획의 출처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것과 같이 때때론 조정되고 때때론 조정되지 않는 채 자신의 우선 순위를 강조하는 것을 보았다.

 

결과적으로, 유럽 연합의 회원국 부분의 합계는 때때로 회원국 전체를 합친 것보다 작아 보인다. 유럽 연합의 의사 결정 과정은 때때로 위기로 인해 가속화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롭지만 정상적인 것이 되고, 가장 치열한 적대 행위로 타다 남은 재만 남는다면, 대담한 의사 결정에 필요한 위기와 같은 분위기는 결국 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유럽 연합의 헌신이 유럽 연합 내부의 운용과 국제적 관여 모두의 핵심 요소를 구성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폴란드나 헝가리와 같은 유럽 연합 회원국의 국내 정치 기록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그림에는 약간의 균열이 나타났다. 명백한 위선이나 이중 기준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글로벌 매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자체 해석을 확대하려는 유럽 연합의 능력에 도전장을 던진다.

 

유럽 연합과 그 회원국은 오늘날 자신의 주변 지역에서 발행한 지정학적, 규범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안보협력기구의 공간이 여러 등급의 경쟁으로 급속히 분열되었다. 이전에 동의한 규칙과 원칙에 대한 이러한 뻔뻔스러운 무시는 유럽-대서양 안보 공간에서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체결된 여러 군비 통제 협정의 잠식과 결합해 유럽 안보 틀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그 개념에 도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나토가 강화되고 러시아가 능력이 줄어들면서 코카서스 지역의 터키나 중앙아시아의 중국과 같이 이전과는 다른 행위 주체들이 개입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유라시아 공간에서 유럽 연합과 중국 간 무역은 거대한 러시아 대륙을 무역 방정식에서 제외하고 무역로의 재조정을 강제함으로써 일을 더욱 번거롭게 만들었다.

 

그 결과 유라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무대의 통합 역학은 유럽 연합에게 세 가지 질문을 제기했다.

 

첫째, 유럽 연합은 오늘날의 다극 세계에 내재된 지정학적 및 규범적 분쟁을 관리하는 데 적합한 인접 이웃을 위한 도구를 가지고 있는가? 확대 및 통합 제안은 여전히 유럽 규칙을 준수하는 국가에게만 적용되는데, 이들 국가들은 매력적인 블록인 유럽 연합에 가입하려는 자국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가입을 위한 지루한 조사 과정을 기꺼이 거치고 주권 행사의 상당 부분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연합의 ‘확대’ 의제는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발전된 형태의 규범적 권력 투사를 의미하며 최근 우크라이나, 몰도바 및 서부 발칸 반도에서 새로운 추진력을 얻었다. 우크라이나의 서구 정치 및 안보 공동체로의 사실상의 통합과 이와 결합된 이러한 최근의 발전 상황은 러시아의 규범적 명제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지정학적 및 문화적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지역에서도 크게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문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려는 러시아의 지속적인 결의(그리고 현재로서는 능력), 유라시아의 유럽 공간 침투에 내재된 규범적 다원주의는 모두 유럽 연합의 확장 의제만으로 유럽 안보 질서의 붕괴가 남긴 틈을 채울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단적 군사 지원 및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과 같은 유럽 연합의 보다 ‘지정학적인’ (덜 엄격하게 정의된) 최근의 움직임이 유럽 연합의 선호도에 맞는 범(汎)유럽 안보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유럽 연합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측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간단히 말해서, 유럽 내에서 강화된 유럽 연합의 역할은 브뤼셀과 유럽 연합 회원국이 현재의 월계관에 안주하도록 부추겨서는 안된다.

 

둘째, 유럽 연합은 규범적으로 다원적인 세계에서 경쟁하고 다른 행위 주체들이 유럽 연합 목표에 동조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글로벌 규모로 무엇을 제공할 수 있나? 놀랍게도 많은 주요 민주주의 국가를 포함한 주요 비(非)서구 강대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방관하며 자신이 했던 베팅 위험을 피하려고 한다. 아프리카 10 포인트 계획과 인도네시아 제안과 같은 평화 계획을 진전시키기로 선택한 국가들은 정의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남반구의 다양한 국가에서 제안된 이러한 계획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위에서 제기된 질문은 유럽 연합의 글로벌 위상 뿐만 아니라 유럽 안보 질서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유엔 헌장과 같이 나중에 발전되고 유럽 안보 협력 기구 문서에 기록된 보편적 규범은 점점 더 유럽-유라시아 안보 공간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사건들이 유럽에서 유럽 연합의 규범 설정 능력을 향상시켰을지 모르지만, 글로벌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유럽 연합이 자신의 비전을 완전히 볼 수 있는 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반면 유럽 대륙의 많은 부분들이 더 긴밀하게 통합될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 발전은 기껏해야 지역 안보 질서의 핵심 원칙을 열망하도록 위협할 뿐이다. 이것은 세계 인권 선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셋째, 유럽 연합은 미국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러한 의존은 미국 측으로 하여금 암묵적, 때로는 노골적으로 유럽 연합이 미국의 정책에 발맞추어 중국에 대한 보다 단호한 유럽의 입장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유라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다르게 처리하는 유럽 연합의 능력 그래서 일부 유럽 연합 회원국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을 분리해 처리하는 능력은 이제 미국이 지원하는 유럽, 유라시아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통합 역학과 충돌하게 된다. 

 

따라서 유라시아 무대는 새로운 질서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개념이 난무하고, 통합 공간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적대적인 주장 사이의 불가피한 긴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불명확한 메커니즘을 테스트하기 위한 핵심 실험실이 된 것 같다.

세 가지 권장 사항

규범적 측면에서 볼 때,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다양한 세계에서 안정적인 질서를 구축하는 임무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패권적이고 이데올로기적 토대를 고려할 때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새로운 헌신을 통해 달성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대규모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모델은 유럽 연합의 영향권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조건을 제공할 수 있지만, 냉전 이후 시대의 교훈은 이러한 영향권에는 러시아가 완전히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유럽 연합의 접근 방식은 러시아를 공동의 범(汎)유럽 공간으로 통합하려고 하는 대신 러시아의 규범적 모델에 맞서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실 푸틴 이후의 러시아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현재 전략은 없지만, 러시아가 결국 서구로 복귀하고 상대적으로 더 개방적이고 민주화된다고 하더라도 나토나 유럽 연합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는 어렵다.

 

지리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관계의 구조적 제약은 가까운 미래에 유럽 연합의 운신의 폭을 크게 좌우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과정에서 유럽-유라시아 무대의 상황은 잠재적으로 더 불안정하다. 비록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범(汎)대서양 동맹에서 미국 리더십 구조가 다시 한번 확고하지만,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더욱이 유럽 대륙은 강화된 나토와 점점 더 민족주의적이고 보복적인 러시아가 활개를 치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얼마되지 않아 또 다른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간단히 말해서, 유럽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잔존물을 구제하는 작업을 시작하기 이전에 러시아가 변혁되기를 -잠재적으로 수십 년 동안- 기다리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하룻밤 사이에 유럽-러시아 관계가 복구되기가 어렵고 대륙 질서를 뒷받침하는 핵심 원칙을 재확인(또는 재구성)할 조건이 현재 존재하지 않지만 유럽 연합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 즉각적인 세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첫째, 57개 회원국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유럽 안보 협력 기구는 의장도 예산도 없이 2024년을 맞이할 위험에 처해 있다. 유럽 자체가 포용적이고 범(汎)지역적으로 기능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갖지 못해 유럽 자체가 희귀한 대륙이 된다면 유럽 연합은 강화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를 세계 무대에서 확실히 옹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할 것이다.

 

유럽 안보 협력 기구의 붕괴는 러시아와 나머지 유럽을 하나로 묶는 마지막 주요 지역 기구를 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하여 유럽과 유라시아 사이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이들 국가로부터 제거할 것이다. 

 

에스토니아가 유럽 안보 협력 기구 의장직을 수행될 수 없다면 유럽 연합 회원국은 유럽과 유라시아 모두를 연결할 수 있는 타협적 후보 국가를 선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 최근 활성화된 유럽 연합-카자흐스탄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카자흐스탄은 유럽 연합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유럽 안보 협력 기구 의장직을 수행할 자연스러운 후보임을 보여준다. 캐나다 및 미국과 협의하여 유럽 연합 회원국은 필요한 경우 유럽 안보 협력 기구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 자금 지원에 동의하고 차기 수년간 유럽 안보 협력 기구 예산을 위한 자금을 제도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유럽 연합 회원국이 이미 유럽 안보 협력 기구 주요 예산의 2/3 이상을 기여하고 있지만,  그러한 움직임은 유럽 공간과 다원적인 유라시아 거대 지역 간 현재 피할 수 없는 교차점을 고려할 때 유럽의 자체 국경을 넘어 확장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려는 유럽 연합의 공동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

 

유럽 안보 협력 기구를 중심으로 한 범(汎)유럽 안보 질서에 대한 러시아의 초기 냉전 이후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대신, 유럽 안보 협력 기구의 활동은 점점 더 인도주의적 행동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부분 구(舊)소련 국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토와 유럽 연합이 중부 유럽으로 확장됨에 따라 러시아는 유럽 안보 협력 기구는 아마도 2등급 국가를 위한 2등급 기구가 되었다고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고 그래서 유럽 안보 협력 기구의 능력을 강화하기보다는 그 기능을 방해할 이유가 많아졌다.

 

유럽 안보 협력 기구가 불완전한 기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연합이 유럽 안보 협력 기구 기구의 생존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것은 유라시아 거대 지역의 다원적 특성과 규칙의 틀을 통해 이들 지역을 탐색해야 하는 유럽 연합 자체의 필요성 때문이다. 최근의 유럽엽합 집행이사회의 결론은 유럽 안보 협력 기구에 대한 유럽연합의 지속적인 헌신을 표명했지만, 국가가 위기를 관리하고 유럽 대륙의 안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구로서 유럽 안보 협력 기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기구의 사실상의 초점이 좁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유럽 안보 협력 기구의 보다 넓은 범위의 활동이 이 기구를 완전히 빈 껍데기로 만들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요컨대, 지난 수십 년간 존재했던 유럽 안보 협력 회의 (CSCE)와 유사한 유럽 안보 협력 기구(OSCE)는 없는 것보다는 존재하는 것이 낫다. 유럽 안보 협력 기구의 보다 야심찬 정책 의제는 부분적으로 서구화하는 러시아 시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확실히 지나간 시대이다. 복원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 기구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어쨌든 유럽 연합 회원국이 규범적 의제를 추구할 수 있는 다른 형식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둘째, 미국과 러시아의 항공 자유화 조약(Open Skies Treaty) 탈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의 소멸,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 협정(New START) 참여 중단과 유럽의 재래식 병력 감축 협정(CFE)에서의 공식적으로 철수 이후 범(汎)유럽 군비 통제 틀은 갈갈이 찢어져 있다. 이러한 조약이나 협정들이 하룻밤 사이에 부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로 부터 자국의 독립성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로 벨라루스는 살아남은 조약이나 협정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의 재래식 병력 감축 협정의 조인국 자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정치적 합법성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은 제쳐두고, 벨라루스의 지속적인 군비 통제 참여와 이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 전술 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는 몇몇 유럽 관리들이 유럽 대륙 의 안보 문제를 위해 벨라루스와의 대화를 시작할 적절한 사례를 만들어 준 다. 이 대화는 처음에는 조용하게 진행되고 유럽 연합 회원국 수준에서 시작하여 미래 유럽의 군비 통제 틀이 기존 또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정도에 대한 아이디어를 배양하기 위한 기초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럽 연합 회원국은 유럽 대외 협력청(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에 개인을 지정하여 이 대화의 진행 과정을 체크하게 하여 대화가 진전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하면 대화를 보다 진행하여 이를 통해 서로 교환된 입장이 유럽 연합 회원국 전체의 안보 이익을 반영하도록 할 수 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 사이의 친밀도를 감안할 때 이 대화에서 논의된 아이디어는 결국 러시아 엘리트에게도 전달되어 걸러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군비 통제를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대화의 통로가 유지되고 현재 러시아-서구 간 안보 딜레마를 악화시키는 정보 부족과 확증 편향을 완화할 수 있다.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러시아가 여러 군비 통제 체제에서 철수했지만 러시아는 원칙적으로 군비 통제의 유용성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벨라루스는 유럽 관리와의 대화를 시작할 기회를 즐기면서 2020년 시위까지 유지되었던 동-서 간 대화의 채널을 최소한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벨라루스가 러시아에 의존하는 정도와 유럽 연합이 루카셴코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인정하는 일이 반드시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러시아는 두려워할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 구성된 유럽정치공동체(EPC)의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를 제외한 범(汎)유럽적 협력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절정의 단계가 지나가는 현시점에서 그러한 플랫폼의 존재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해선 불분명하다. 그러나 유럽정치공동체 조직의 구조와 초점이 더욱 통합되면 이 기구의 지도자들은 러시아를 참가국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한 일정과 조건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이것은 헬싱키 협정 체결 50주년이 되는 2025년에 세르비아나 스위스와 같은 비(非)유럽 연합 및 비(非) 나토 국가에서 열리는 유럽정치공동체 정상 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 모든 참여 국가 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지만 이 주제를 심의하는 단순한 행위는 결국 가치가 있거나 달성 가능한 것으로 입증될 수 있는 특정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론

위에서 설명한 조치들은 러시아가 훼손이 아닌 유지하는 데 이해 관계가 있는 범(汎)유럽 안보 질서를 만드는 데 지난 30년 동안 모든 참가 당사자가 실패한 경우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들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아이디어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 협력이나 대화를 위한 플랫폼과 방식을 만들거나 보존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이 조치들은 유럽 연합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주변 지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광범위한 도구와 수단을 개발하고, 포용적이고 규칙에 기반한 안보 구축에 전념하는 행위자로서 전 세계에 유럽 연합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크라이나, 몰도바, 서부 발칸반도 국가로의 유럽 연합 확장 의제의 신뢰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며 또 초기 발전 단계에 있는 유럽정치공동체가 이 과정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서 보여졌듯이 현재 러시아 서쪽에 위치한 모든 유럽 국가들(벨라루스 제외)은 유럽 연합의 통합 과정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유라시아 대륙의 규범적 질서를 유럽 연합적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것은 확실히 유혹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유럽 연합 지도자들이 고려해야 할 정책의 한 면에 불과하다. 서방과 러시아는 유럽에서 공동의 안보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을 것이지만 범(汎)유럽 공간에서 안보 역학의 통합적 특성을 고려할 필요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거대 지역의 세계에서 합의된 규범이 운영될 수 있는 정도에 관계없이 유럽은 유라시아와 계속 관계를 맺으며 얽혀져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두 지역 간 연결이 어느 정도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글로벌 수준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확대는 중단되었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유연성과 탄력성을 보여 주고 있지만 현재 전환 과정에 있다. 그러나 유럽과 유라시아가 만나는 교차 지점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미래는 모두 매우 불확실하다.

 

장단기적으로 유럽 연합은 이러한 도전을 무시할 수 없다.

First published in :

CEPS - Centre for European Policy Studies - (Sponsored by Friedrich-Ebert-Stift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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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chary Paikin

Zachary Paikin 박사는 브뤼셀에 있는 Centre for European Policy Studies 의 연구원이다. 연구 분야는 유럽 연합의 외교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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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s Katsioulis

Christos Katsioulis 는 Friedrich-Ebert-Stiftung의 유럽 협력과 평화를 위한 지역 사무소 디렉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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