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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18개월 전 유럽에 갑작스러운 에너지 충격을 가했다. 러시아 가스 공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유럽의 에너지 인프라가 2022-23년 겨울을 감당하지 못해 유럽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온화한 겨울과 유럽 연합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대체 공급국가로 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구매하려는 계획을 점진적으로 시행하면서 유럽 경제가 흔들리기는 했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가스 의존도가 높은 다른 국가들은 큰 전력 부족 없이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났다. 그 이후로 좋은 소식이 더 많이 들려왔다. 2023년 에너지 가격은 꾸준히 하락했고, 유럽의 가스 저장 수준은 11월 목표보다 3개월 앞서 최대 용량의 90%에 도달했으며 9월에는 100%에 도달할 수도 있다.

독일 에너지 장관 Robert Habeck과 같은 정치인에 따르면 최악의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끝났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그렇게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새로운 취약점

유럽 연합의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 수입 비중은 2022년 초반과 2023년 초반 사이 39%에서 17%로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 연합은 이전보다 액화천연가스(LNG)에 훨씬 더 의존하게 되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LNG 용량을 1/3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유럽 연합의 에너지 인프라가 빠르게 업그레이드되는 가운데, 유럽 연합의 가스 수입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9%에서 2022년 약 39%로 증가했다. (실제 유럽 연합으로 가는 LNG 수입의 13%는 여전히 러시아에서 오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LNG 출하량도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LNG 수입 증가로 유럽 국가들은 LNG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해졌는데, 이것은 특히 LNG 수입량의 70%가 아시아에서 널리 사용되는 장기 계약이 아닌 단기 계약으로 구매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예를 들어, 호주 LNG 공장에서의 파업에 대한 우려로 인해 최근 몇 주 동안 유럽의 기준 가스 가격이 상승하였다. 이것은 가스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고, 고도로 연결된 세계 시장에 많은 혼란이 있음을 보여준다.

LNG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연합 회원국의 공급업체가 보다 쉽게 가스를 공동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IT 플랫폼인 유럽연합 에너지 플랫폼과 같은 이니셔티브를 도입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에너지 플랫폼이 아직 시범 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가스가 공급될 지는 확실하지 않다. 또한 업계에서는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이러한 국가 개입이 역효과를 낳고 시장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가스의 경우, 노르웨이는 러시아를 제치고 유럽의 no. 1 가스 공급국이 되어 2023년 초 총 수요의 46%를 공급했다(1년 전에는 38%). 이러한 추가 공급으로 노르웨이의 가스 인프라에 과부하가 걸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5월과 6월에는 가스 인프라 유지보수 작업이 지연되어 공급이 부진했고 그 결과 가스 가격이 상승했다. 이것은 현재 유럽 가스 시장이 얼마나 경색되어 있는 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노르웨이 인프라의 유지 보수 작업의 확장은 향후 가스 공급이 더 방해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한편, 유럽연합은 올해 러시아로부터 약 220억 입방미터의 파이프라인 가스를 구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2022년 유럽연합에서 사용한 전체 파이프라인 가스의 약 11%에 해당한다.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의 많은 양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운송 협정이 2024년 만료된 후 갱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 공급 경로는 위험에 처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한 일환으로 2022년에 가스 소비를 13% 줄였다(목표는 15%). 앞으로 몇 달 동안 전쟁에 지친 유럽연합 국가들은 가스 소비 감축에서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가스 소비 감축이 가격 하락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들은 지난 겨울 가스 감축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연합 회원국 27개 중 14개국만이 의무적인 에너지 감축 정책을 도입한 반면,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가스 소비량을 거의 감축하지 않았다. 올 겨울 유럽 대륙에 가스 부족이 발생하면 유럽연합 회원국 내 연대 요구가 약화될 수 있다.

다음에 무엇이 올 것인가?

가혹한 현실은 유럽이 상당한 가스 가격 급등을 피하려면 적어도 앞으로 2-3번의 겨울 동안 전 세계 LNG 공급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북반구 전역에 온화한 날씨를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의 가스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장기 평균 가격보다 약 50%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유럽의 가계와 기업 모두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가스 가격은 에너지 집약적인 자동차 및 화학 산업이 집결해 있는 유럽연합의 산업 강국인 독일에 특히 중요하다.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다른 곳으로 이전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높은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유럽의 탈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좋은 소식은 가스에 대한 압력이 적어도 2020년대 중반부터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상당량의 신규 LNG 공급이 미국과 카타르에서 온라인으로 제공될 것이며 그래서 가스 시장은 다시 균형을 이룰 것이다. 에너지 절감 계획에 따르면 유럽의 가스 수요도 2030년까지 40%까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재생 에너지 공급이 가속화되고 있고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도 본격 가동되면 이에 따라 2020년대 말 경 에너지 공급이 과잉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발전은 유럽이 영원히 가스를 수입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줄이겠지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유럽연합이 효과적으로 더 에너지를 조정, 조율해야 한다.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몇 달 동안 프랑스가 독일에 가스를 공급하여 독일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일이 이후 원자로 유지 관리로 인한 정전으로 곤란을 겪은 프랑스 도시에 더 많은 전력을 공급했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똑똑이 보았다.

직면한 과제는 탈탄소화에도 동일한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자국과 유럽의 다른 곳에서 원자력 현대화에 대한 지지를 모으려고 노력하는 반면, 재생 에너지만을 옹호하는 독일이 주도하는 “갱신의 친구”(Friends of Renewals)와 같은 그룹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열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더욱 신속한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는 데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이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향후 몇 년 동안 가스 수요를 크게 줄이지 않는 한 글로벌 가스 시장의 변동성에 계속 노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