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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크렘린은 러시아의 경제가 안정되어 있고 부(富)도 쌓이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크렘린의 이러한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몇몇 경제 지표는 이러한 수사(修辭)가 거짓이며 러시아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국내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치의 정당성은 두 가지 기둥(채찍과 당근)에 달려있다. 즉 경제적 복지(당근)와 정치적, 시민적 자유의 억압(채찍)에 달려 있다.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은 최근 서구의 경제적 혼란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내부 안정을 누리고 있다고 자랑하면서 스스로를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러한 체제 선전은 러시아 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러시아 정부는 일반 대중에게 불리한 통계는 숨기면서 유리한 수치는 발표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발표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일부 데이터조차도 러시아 국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암시한다.

러시아 당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서방의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2022년 러시아의 GDP는 단지 1.9% 감소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러시아는 2023년 5월 현재 3.2%라는 사상 최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유럽연합의 실업률 5.9%보다 현저히 낮고 영국의 실업율 4%보다 낮은 수치이다. 러시아의 2023년 인플레이션율은 2.76%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인 3.2%보다 낮아 서방의 인플레이션 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은 러시아 경제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러시아의 전시(戰時)산업 우선순위 두기, 이민율 증가, 그리고 과잉 고용이 러시아 GDP의 급격한 하락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러시아 경제는 정교한 고품질 제품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견디기 위해 원자재, 특히 석유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서구 이웃 국가가 가하는 경제적 제한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다. 안정과 부(富)에 대한 강조는 푸틴 정권의 정당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며, 소비재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의 전략은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강화하고 그 대가로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브레즈네프 전(前)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사회계약’을 연상시킨다. 이 계약이 약화되면 러시아 체제의 ‘면역력’이 약화되고 위기 상황시(時) 러시아 체제의 취약성이 높아진다. 병행 수입과 유명 해외 브랜드를 러시아 짝퉁으로 대체(예: 맥도날드를 Vkusno i Tochka로, 스타벅스를 Stars Coffee로 바꾸는 것)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특별 군사 작전’이 러시아인의 삶을 부정적으로 바꾸지 않으며 러시아는 변함없는 견고한 사회라는 것을 묘사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동향을 살펴보면 세심하게 구축된 이러한 러시아의 이미지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파쇄 기어

자동차 산업은 러시아의 경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전망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년 동안 러시아는 기술 주권 달성을 위한 일련의 성공 사례로 ‘수입 대체’ 프로그램을 제시해 왔다. 서방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기 시작하자 러시아는 국내 대체품으로 그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그 결과는 엇갈렸다.

서방의 자동차 브랜드가 러시아를 떠난 후 남은 재고를 주로 판매하는 러시아 대리점에서는 서구의 자동차가 부족해졌다. 현재 대부분의 서구의 자동차는 제3국을 통한 병행 수입을 통해 러시아로 들어온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축소는 수량뿐만 아니라 품질에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되면 제품은 더 비싸지고 품질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생산자는 지배적인 조건에 더 익숙해지고 혁신할 동기는 더 줄어든다. 또한 예비 부품 부족으로 인해 제품 생산 중단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 자동차 회사인 AvtoVAZ가 개발한 Lada Granta Classic 차에는 현대적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구성 요소가 빠져있고, Lada Niva Legend 차는 매우 기본적인 장비만 갖추고 있다. 두 자동차 모두 기술적으로 이미 시대에 한참 뒤떨어졌지만 2022년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35%를 차지했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경제 포럼에서 당혹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는 데, 그것은 바로 AvtoVAZ 의 프리미엄 차인 Lada Aura 가 전시회 도중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AvtoVAZ 자동차의 평판에 먹칠을 한 사건으로 그로 인한 손실액이 200만 루블이 훨씬 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더욱 독점화되고 서구 자동차 제조업체가 떠나면서 러시아의 서민과 중산층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023년 4월 73,000 루블 가량이었는데, 대부분 새 러시아 자동차 가격은 이 평균 월급 보다 높았다. 러시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인 Lada Granta와 Lada Niva의 가격은 현재 각각 약 700,000 및 821,000 루블이다.

러시아 루블화 환율은 러시아 근로자의 신차 구입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중고차 시장이 성장할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나 루블 가치가 1달러 당 91로 하락하면서 새 자동차의 수입 가격은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

동쪽으로 초점 맞추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계속해서 다른 곳에서 자동차를 수입할 기회를 찾고 있다. 이란과 인도의 자동차 생산업자들이 러시아 내 자동차 생산과 관련한 협상에 대해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자동차를 대체하는 유일한 대체품은 중국 기업들로부터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7월 현재 중국 수입 자동차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49%를 차지했는데, 이 수치는 2021년 6월의 7% 점유율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이다. 또 러시아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은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 국내 자동차 산업의 회복력을 내세우며 '비(非)서구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 비(非)서구 파트너 ‘러시아산 자동차’는 중국 부품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중국 자동차 생산업체와 수입 대체업체도 러시아를 떠난 서방 기업들이 이전에 이룩한 생산량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는 연간 신차 판매량이 약 166만대에 달했지만, 2022년에는 신차 판매량과 생산량이 각각 60%, 67% 급감했다. 이러한 수치는 서구 자동차 생산업체가 2022년에야 러시아를 떠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상당량의 자동차 재고가 여전히 자동차 대리점에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과소 집계된 것이다. 2023년 6월,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2023년 1월부터 5월까지 2022년 동 기간에 비해 6%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주로 전년도의 낮은 기준점에 기인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22년 5월 러시아의 월간 자동차 생산량은 3,700대로 감소했다.

일단 정지 

병행수입이 러시아 자동차 수급 격차를 일부 줄였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위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최근 일부 수치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부분적으로 회복되었음을 시사하지만, 2022년 자동차 매출이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성장은 미미하다.

러시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주로 중국산 자동차의 조립을 통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기업 Rostec의 계열사이자 Lada 자동차 생산업체인 AvtoVAZ는 2023년에 자동차 생산량을 4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설사 이 계획이 달성되더라도 자동차 생산량은 여전히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중국산 자동차를 조립하는 공장도 생산량을 늘릴 예정인데, 예를 들어 모스크바의 한 공장은 2023년에 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것은 이전의 생산 속도를 능가하지만 러시아를 떠난 이전 르노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 19만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러시아산 자동차 생산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무기 생산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인력 문제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 수급 문제를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지연된 소비자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새 자동차 구입을 자제했던 사람들은 지금은 계속 기다리지만 결국에는 새 모델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험난한 앞길

러시아의 노동력은 러시아의 경제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많은 러시아 노동자들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서구 국가로 이주했으며, 러시아에 남아 있는 나머지 노동자들은 전문화되어 있다. 이들 노동자들은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고용 기회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러시아의 내부 시장 인력은 러시아의 군사적,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제조 및 서비스 분야에서는 서구와 비교할 만한 발전을 위한 충분한 인센티브나 보상책이 없다. 서방의 제재에 직면하여 러시아는 서방 국가에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한 국가에 계속 의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투영된 러시아 경제 상황이 푸틴 정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은 낮지만 심각한 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기술 낙후와 품질 저하 등 브레즈네프 시대를 연상시키는 쇠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자동차 생산업체는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최근 출시된 대부분의 러시아 자동차 모델은 본질적으로 러시아에서 조립된 중국의 자동차이다. 이에 따라 ‘기술주권’을 향한 푸틴 대통령의 야망은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이 낮고, 소비자의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면서 러시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선보인 러시아의 무자비한 호전성과는 대조적으로 실제 푸틴 정권이 국내 일들을 처리하면서 보여준 안일함은 푸틴 정권을 험난한 상황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