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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막 회복되기 시작했을 때 전 세계에 에너지 위기를 가속화시켰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 매장량과 8번째로 큰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유럽연합이 2018년 마두로 대통령을 재선시킨 대선을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선거였다고 비난한 이후 유럽연합과 베네수엘라 간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베네수엘라에 가한 최대한의 경제적 압력에 더해 베네수엘라 대선 이후 유럽연합은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표적 제재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아무런 효과를 낳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유럽연합은 에너지 안보 위기에 처했고 결국 유럽연합과 미국은 전략을 수정해야만 했다. “더 많은 당근, 적은 채찍” 접근방식이 마두로 정권으로 하여금 야당과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하도록 설득할 수 있기를 서방은 희망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제 화해의 기회를 포착하여 2021년 유럽연합 선거 감시 임무 보고서에 제시된 권장 사항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즉, 유럽연합 내부 갈등을 조정하여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추고, 베네수엘라와의 대화 노력에 힘을 실어주며, 지역 동맹국 간의 지원을 강화하고, 인도적 구호를 위한 노력을 재개해야 한다.

실패한 압박 전략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가장 번영한 국가 중 하나였지만 현재는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강제이주 위기를 겪고 있다. 2013년 집권했을 때 마두로 대통령은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로부터 경제적 혼란과 높은 부채, 점점 더 권위주의적인 국가를 물려받았다. 2014년 유가 폭락은 베네수엘라의 혼란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고, 마두로가 탄압책으로 이러한 위기에 대응함에 따라 불안의 물결이 촉발되었다. 그런 후 마두로는 2017년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회를 충성스러운 제헌의회로 교체하려고 했다. 베네수엘라는 2018년 마두로가 부정 선거로 간주된 대선에서 재선되자 본격적인 정치 위기로 빠져들었다. 당시 국회의장인 후안 과이도는 헌법 조항을 인용하여 새 선거가 열릴 때까지 자신이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했다. 과이도의 이러한 선언은 전 세계 60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그 후 몇 년 동안 마두로와 야당 간 다양한 협상이 시도되었지만 베네수엘라의 정치 분쟁은 해결되지 못했고, 야당 진영의 피로감만 축적되었으며 이는 결국 마두로의 권위주의적 통치로 이어졌다. 

정치적 위기가 전개됨에 따라 유럽연합과 미국은 목적은 다르지만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제재로 대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압박 전략을 통해 정권교체를 추구했다. 반면 유럽연합은 인도주의적 지원, 대화와 중재 노력에 대한 지지와 함께 표적 제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노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방해를 받았다: 첫째, 유럽연합내 분열, 특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드러난 내적 분열; 둘째, 유럽연합내 다극적 분열과 미국과의 과도한 친밀감에 대한 인식; 셋째, 남미 지역내 분열과 양극화. 제재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미미하지만 이란과 터키가 베네수엘라와 무역(석유 포함)을 지속하고 마두로 정권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함에 따라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유럽연합은 유럽연합 정책에 대한 제약 요소를 어떻게 완화할 수 있었나?

유럽연합이 합의에 도달하는데 힘들었거나 심지어 실패한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첫 번째 이슈는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였다. 대부분의 유럽연합 회원국은 결국에는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이탈리아와 키프로스는 과이도가 의장인 의회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1년 초 이 문제가 무의미해지기 전까지 시간을 질질 끌었다. 유럽연합 회원국 간 차이는 회원국 정부의 정치적 이념과 유럽연합이 세계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유럽연합의 좌파 정부는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것을 미국 주도의 “개입주의” 이니셔티브로 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파 정부는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것과 마두로 정권에 대한 대립적 접근 방식을 옹호했다. 이러한 유럽연합내 분열로 유럽연합은 자신의 단합을 보여주고 유럽연합의 대외정책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의 어려움을 부각시킬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둘째, 2021년 11월 베네수엘라 지방 선거에 유럽연합 선거 감시단을 파견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유럽연합 기구 및 회원국 내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결국 선거 감시단을 파견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이후 선거 감시단 파견은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에서 대체로 성공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유럽연합 선거 감시단은 멕시코에서 개최된 정부와 야당 간 회담의 의제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조건의 기준이 된 권장 사항을 적시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베네수엘라 위기에 대한 남미 지역의 분열되고 양극화된 접근 방식은 유럽연합의 노력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2019-20년에 우익 정부가 이끄는 대부분의 남미 국가가 수용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권 교체 추진(소위 리마 그룹의 창설로 결정화됨)은 이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을 악화시켰다. 2019년 유럽연합이 지원하는 국제접촉 그룹 (ICG: International Contact Group) 창설은 정부와 야당 간 대화 촉진을 목표로 했지만 과이도의 임시 대통령 인정과 리마 그룹과 유럽연합 간 화해가 겹치는 바람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 마두로가 베네수엘라를 범미 기구에서 탈퇴시키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주 기구에 과이도의 대표를 임명하고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연안 국가 공동체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사실에서 남미 지역내 양극화가 잘 드러났다.

유럽연합은 트럼프 행정부와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유럽연합의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잘 연계되는 양극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게다가 남미의 민주화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은 중국,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경쟁 상황에 직면하여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과 러시아의 마두로 정권에 대한 지원 덕분에  베네수엘라는 경제 재앙에 빠지는 대가를 치렀지만 마두로 정권은 생존할 수 있었다. 특히 러시아는 멕시코 회담에 마두로 정권의 동행국가로 참여하는 등 정치자본을 투입했다.

변화된 시나리오, 새로운 전략?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남미의 좌파 정권 출현은 베네수엘라와 보다 건설적인 관계 개선을 위한 기회를 창출했으며, 이러한 기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더욱 확대되어 유럽연합에 새로운 외교 정책 선택권을 제공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캐나다와 영국과 함께 조건부 제재 완화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과 야당이 1년간의 교착 상태 이후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한 대가로 미국 석유 회사인 세브론(Chevron)이 베네수엘라에서 제한된 석유 거래와 경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마두로 대통령과 야당 간 회담은 베네수엘라내 인도주의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최대 30억 달러의 동결된 베네수엘라 정부 기금을 유엔과 국제 적십자가 분배할 원조 자금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 외에는 진전이 없었다. 베네수엘라에 양보하는 외교 정책이 일부 사람들이 바라는 정권 교체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4년 베네수엘라에 상당히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가 허용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인도주의적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마두로 정부와 야당 간 2022년 합의 이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리면 베네수엘라와 남미 지역에서 친선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은 단순히 이타적인 선물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외교 정책 수단의 중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와 보다 넓은 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은 풍부한 천연 자원 때문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를 수호하려는 유럽연합에게 중요한 정치적 파트너이다.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 수호는 일부 중남미 국가들이 한쪽 편을 들기를 거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남미의 정치 지형은 이 지역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좌파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변화했는데 이들 좌파 대통령들은 베네수엘라의 위기에 대해 협상을 통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2023년 4월 보고타에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소집한 베네수엘라 국제 회의는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한 이 지역 국가들의 새로운 관여를 보여준다. 오는 7월 개최되는 유럽연합-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연안 국가 공동체 정상회담은 8년 만에 처음으로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글로벌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양 지역 간 정치적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이 지역 파트너와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유럽연합과 베네수엘라 간 실질적인 화해는 마두로 정부와 야당 간의 협상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민주적 규범에 대한 유럽연합의 약속을 강등시키는 것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유럽연합은 마두로 대통령이 2024년 선거를 위한 실질적인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도록 양보케 하는 동시에 유럽연합의 전략적 목표인 에너지 공급의 다양화를 이루기 위해 이 지역 국가들과 외교적 관여를 증진하고 미국 및 친미 국가들과의 조율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