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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악명 높은 말다툼을 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미국-우크라이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된 듯 보였지만, 두 나라는 결국 합의에 도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9시간 동안 비공개로 협상을 한 끝에 협상 당사자들은 미국의 30일 휴전 제안에 서명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휴전 합의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총성이 즉시 멈출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휴전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 사실, 이번 휴전 합의에 얼마나 많은 세부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고위 관리들 간 이루어진 이전 회담에서 러시아와 미국 간 얼마나 많은 내용이 이미 논의되었는지 조차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휴전 거래는 큰 진전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거래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키이우와 워싱턴 사이의 주요 갈등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해소되었다. 2월 28일 백악관에서 상대방에게 고함을 치는 말다툼을 벌인 후 보류되었던 광물 협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워싱턴으로 돌아와 서명하도록 초대했다.

우크라이나에게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공급 재개와 정보 공유 금지 해제가 이번 휴전 협정의 일부였으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중요한 전쟁 물자 지원이 회복되었고, 여기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깊숙한 곳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 역량도 포함되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제 다소 까다로운 입장에 처해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전쟁 목표와 미국과의 화해라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목표를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

2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고위 관리들 간의 회담은 러시아가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이끌어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불법으로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유지하고 우크라이나에 NATO 회원국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양보는 여전히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고립 상태를 종식시키고 러시아-서방 간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미국의 다른 제안과 함께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를 종식시키기 위해 특별히 서두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다. 러시아의 경제는 지금까지 서방의 제재를 놀라울 정도로 잘 견뎌냈다.

푸틴은 또한 우크라이나 내 전장에서 러시아 군이 잡은 기세를 더욱 활용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쿠르스크 지역 영토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한 젤렌스키와의 휴전은 물론 평화 협정에 대해서도 논의하기 위해 앉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최근 쿠르스크 지역에서 점점 더 많은 압박을 받고 있으며 포위될 위기에 처해 있지만, 우크라이나 군을 그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하거나 항복하도록 강요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푸틴은 트럼프를 화나게 하지 않으면서 전장에서 자신의 이점을 확대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벌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상원 부의장, 연방 평의회, 국제 문제 위원장인 콘스탄틴 코사체프는 미국-우크라이나 협정이 발표된 후 이러한 점들을 시사했다. 그는 모든 협정은 미국의 조건은 말할 것도 없고 우크라이나 조건도 아닌 러시아 조건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입장은 대화 의지를 강조하지만, 휴전에 대한 협정이라 하더라도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압박 포인트

시간을 벌기 위해 푸틴은 또한 미국의 제안을 단호히 거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큰 도박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할 의지가 있음을 증명했으며, 그는 자신의 의도를 이룬 듯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미국-우크라이나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 종식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기 위해 트럼프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고려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은 모두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가 2024년 5월에 개발한 계획의 일부이다.

켈로그는 또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여 러시아가 휴전이나 평화 협정 이후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다시 공격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을 계속 구상했다.

푸틴이 현 휴전 제안을 거부한다면, 그는 미국-러시아 관계의 재편을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현재 러시아의 전장에서의 이점과  러시아가 현재 통제하고 있는 영토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그 이유는 우크라이나 군사력의 강화가 적어도 전선의 일부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바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러시아의 두 갈래 접근 방식이다. 크렘린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수용한 미국의 휴전 제안에 대해 백악관과 협상하면서도 미국-러시아 회담이 끝나기 전에 추가 영토 획득을 위해 전장에서 강력히 밀어 부치려 할 것이다.

협상의 독특한 설정도 크렘린의 손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직접 회담이 없는 한, 미국은 두 나라 사이를 오가며 외교와 압력을 적절히 섞어 양측 입장 차이를 메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는 상당히 잘 맞았지만, 러시아와 비슷한 성과를 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논의 중인 일시 휴전은 폭력의 영구 중단과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을 향한 중요한 단계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평화로 가는 길에서 이정표가 될지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러시아에 압력을 가할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미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의로운 평화를 향한 길을 더 이상 지연한다면 공격자보다는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