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lomacy
낭만주의인가, 실용주의인가? 불확실한 지정학적 시대의 러시아-세르비아 관계

Image Source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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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Published in: Jun.12,2025
Jun.16, 2025
세르비아의 미래는 서로 상충하는 양자 간 충성 관계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미래 세르비아의 행보는 과거의 향수에 매달릴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이익에 더욱 초점을 맞춰 나아갈 지에 달려 있다.
구(舊) 소련 통치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르비아인들은 러시아, 특히 러시아의 문화에 대한 낭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냉전 시기 구(舊)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한 일원이었던 세르비아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지정학적 질서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다. 요시프 브로즈 티토 대통령의 지도 아래 유고슬라비아(유고)는 1948년 소련의 지배를 단호히 거부했고, 이는 유고의 코민포름에서의 추방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러한 티토 대통령의 태도는 티토가 스탈린에게 반항적인 “니에트(nyet)”를 선언한 것으로 한때 대단히 유명한 사건이었고, 대담한 조치였다.
이러한 소련과의 불화 이후, 유고슬라비아는 비동맹 외교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다른 탈식민지 국가들과 함께 비동맹 운동(NAM)을 결성했다. 이를 통해 유고슬라비아는 동-서양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국가가 지원하는 유고 건설업체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고, 또 노동자들은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서유럽으로 파견되었다. 냉전 종식 후 유고의 뒤를 이은 후계 국가인 세르비아는 오늘날까지도 비동맹 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랜 비동맹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서와 전략의 이중 축
현재 세르비아와 러시아 간 외교 관계는 역사적 정서와 실용적인 전략이 혼재되어 있다. 양국 간 유대감은 정교회 국가, 슬라브어에 대한 친숙함, 그리고 과거 연대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유지된다. 이러한 공통점은 세르비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화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언론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세르비아의 영토 보전, 특히 코소보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세르비아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외교적 수단 중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거부권 행사이다. 러시아는 이 특권을 지속적으로 활용하여 코소보의 국제기구 가입을 차단해 왔으며, 이는 세르비아 국민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지원은 세르비아 국민들 사이에서 러시아가 충성스러운 세르비아의 동맹국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다.
한편, 러시아는 세르비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연간 30억 달러로 추산된다. 러시아 가즈프롬은 세르비아의 석유 및 가스 회사인 NIS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투르크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에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2025년 5월, 세르비아는 러시아와 가스 수입 계약을 9월 말까지 연장하고 대신 가격 동결과 겨울철 공급을 보장받았다.
또한, 러시아의 기술 기업 얀덱스는 사업의 상당 부분을 세르비아로 이전했다. 얀덱스는 운송, 배송, IT 서비스 부문에서 수천 명의 현지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0만 명이 넘는 러시아 국민과 약 2만 명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전쟁을 피해 세르비아에 정착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 중 다수는 이러한 산업 분야에 취업하여 세르비아 영주권을 취득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일어난 역사적 패턴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내전(1917-1918) 이후 1,500명이 넘는 저명한 러시아 가문의 후예들이 세르비아로 피난을 왔다. 많은 세르비아인들이 사업, 휴가, 전문적 교류 등을 위해 여전히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다. 세르비아에서는 서구의 대중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많은 러시아 예술가들이 특히 고전 예술 분야에서 정기적으로 러시아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실용적 중립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세르비아의 유럽 연합 가입 후보 지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력에 저항하는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세르비아의 외교적 균형은 국내 정치적 현실과 전략적 중립을 중시하는 오랜 세르비아의 외교적 전통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2025년 5월 초, 부치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승전 기념일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부치치의 이러한 결정을 강력 비난했지만, 부치치는 자신의 행동을 “전통적 우호 관계”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를 옹호했다. 그는 세르비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모호한 입장은 세르비아가 “한쪽 편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방의 외교관들을 계속해서 좌절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쪽 편을 선택하는 것은 13세기부터 이어져 온 세르비아의 외교 전통인 전략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세르비아 정부의 세계관에 배치된다. 그러나 최근 일부 러시아 관리들은 세르비아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세르비아 방산 기업들이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에 위치한 제3국 기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세르비아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었다.
세르비아가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를 공식적으로 거부함으로써 러시아의 시장, 에너지, 그리고 정치적 지지 확보는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는 세르비아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과의 관계를 소외시킬 위험도 있다. 2024년 세르비아의 대(對)러시아 수출액은 9억 5,910만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세르비아 전체 수출액의 3%에 불과하다. 반면 유럽 연합(EU)으로의 수출액은 193억 달러로 세르비아 전체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수입 또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며,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액은 3.3%에 불과한 반면 유럽연합으로 부터의 수입액은 56.3%에 달한다. 이러한 극명한 대조는 러시아가 세르비아에 전략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세르비아의 경제적 생명줄은 서방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 요인
에너지는 러시아와 세르비아 관계에서 핵심 요소이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산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기존에 체결된 계약들은 다른 어떤 곳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유리한 조건을 세르비아에게 제시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아제르바이잔 가스 탐사, 그리스와 크로아티아를 통한 LNG 수입, 국내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믹스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에너지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풍력 및 태양광 개발을 위한 새로운 전략 계획이 현재 진행 중이며, 세르비아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입찰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과 세르비아는 2024년 7월 세르비아의 리튬 매장량을 대상으로 전략적 원자재 파트너십에 서명했다. 이는 유럽연합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세르비아의 리튬 채굴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로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지정학적 고려와 지역 주민의 반대 사이에서 세르비아 정부는 복잡한 이해 관계에 직면했다.
변화하는 세계 속 세르비아의 역할
세르비아는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동남부 유럽의 지정학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러시아가 점점 고립되는 상황에서도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외교와 유럽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핵심 전초기지로 남아 있다. 동시에 세르비아는 중국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유지에도 투자하고 있는데, 중국은 세르비아의 인프라, 기술, 광산 부문에 대한 주요 투자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세르비아와 러시아 간 역사적, 문화적 유대감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러한 유대감이 불변하는 것은 아니다. 세르비아 국민들은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러시아에만 의존하는 것의 한계를 점차 인식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더욱 외국지향적이고 유럽 통합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세대 변화는 세르비아의 경제 과제와 맞물려 결국 세르비아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를 재편할 수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세르비아
세르비아의 미래는 서로 상충하는 충성심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러시아는 세르비아와의 공동의 유산을 상징하는 강력한 동맹국가이자 코소보와 같은 문제에 있어 지정학적 파트너이다. 하지만 경제적, 제도적으로 세르비아는 유럽 체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세르비아의 미래는 과거의 향수에 매달릴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이익에 따라 유럽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오늘날의 다극화된 세계에서 세르비아는 새로운 글로벌 분열 시대에 적응하는 동시에 비동맹주의 전통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세르비아가 이러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성공할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선택을 강요받을지는 세르비아의 미래뿐만 아니라 서부 발칸 지역 전체에 엄청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러시아의 낭만주의는 여전히 많은 세르비아인과 발칸 지역 사람들, 특히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향수를 가진 노년층에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서방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이라는 현실과 세계 외교의 변화하는 환경은 세르비아가 앞으로 더욱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낭만주의인가, 실용주의인가? 세르비아의 경우, 항상 이 두 가지가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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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Markovic Khaze는 호주국립대학교 정치학 박사로 맥쿼리 대학교의 겸임 교수이자 SBS 라디오의 정치 분석가이며, 맨리에 있는 솔브 로 로펌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이다. 그녀는 이에 AIIA ACT 지부 부회장과 유럽 및 중동 지역 의회 선임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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