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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명확성인가: 중국의 부상(浮上)과 미국의 대만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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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Published in: May.01,2025
Jun.16, 2025
초록
국제정치 연구자들은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중국 지도자들이 도발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대만의 행동 역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지적해 왔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은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이러한 모호한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명확한 안보 공약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방위 지원과 관련해 대만 국민들의 비현실적인 기대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요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중국의 폭력적인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본 논문은 억지 이론과 지난 20년간 대만에서 수집된 설문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러한 주장을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 결과,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여전히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중국이 점차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수정주의로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만 정책은 재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재조정이 모호성과 명확성 사이에서 명확한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가 국제 문제에 대해 거래적 접근 방식을 취하며 백악관에 다시 복귀함에 따라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예측 불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그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대만 해협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서론
1979년 이후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모호한 자세였다. 양안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한다는 목표 아래 미국의 대만 정책은 ‘하나의 중국’ 원칙, 대만관계법(TRA), 3건의 미-중 간 공동성명, 그리고 ‘6대 보장’(의회조사국, 2024)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틀 내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비공식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방어적 성격의 무기를 통해 대만을 지원하고, “대만 국민의 안보나 사회·경제 시스템을 위협하는 어떠한 무력이나 기타 형태의 강압 기도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TRA, 2(6)항), 어떤 경우 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할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대만 해협 분쟁에 개입할지 여부에 대해 의도적으로 불확실성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이후 대만에 대한 안보 공약을 거듭 강조해 왔으며, 이는 이러한 모호한 대만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CBS 방송의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명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미군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만을 방어할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주저 없이 “전례 없는 공격이 있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했다(Pelley, 2022).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후 미국의 대만 정책이 이전과 변함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예: Benson, 2022; Christensen et al., 2022).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네 번째로 공약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군사 개입에 대한 워싱턴의 의도적인 모호함이 단순히 중국의 대만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정책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함으로써 중국 지도자들이 도발적이라고 여길 수 있는 대만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의도도 감안하고 있다(Bush, 2006). 대만 국민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대만 국민 중 중국 공산당 정부의 통치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대다수는 중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독립을 선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Hsieh & Niou, 2005; Wang, 2017).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조건적인 안전 보장은 미국의 방위 지원에 대한 대만인들의 비현실적인 기대를 높이고 대만 독립에 대한 요구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 투표로 선출된 대만 정부는 여론의 압력 하에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의 군사적 공격을 초래하고 미국을 원치 않는 중국과의 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본 논문은 억지 이론과 지난 20년간 대만에서 수집된 설문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을 통해 미국의 대만 정책을 분석하고자 한다.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의 논리는 무엇일까? 애초에 명확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명확성’ 정책에 대한 우려는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의 전략적 명확성 정책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전략적 모호성의 기능
제2차 세계 대전 말, 중국 본토에서 국민당(KMT)이 이끄는 군대와 중국 공산당(CCP) 사이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심각한 부패 문제로 국민당 정부는 공산당에게 참담한 군사적 패배를 겪고 대만 섬으로 도망갔다. 양안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공산주의의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여러 차례 전투가 벌어졌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대만은 대만이 점유한 연안 도서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공격을 저지했다. 1970년대 중국의 전략은 대만을 ‘군사적으로 해방’시키는 데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양안 통일을 ‘평화적 인 방식으로 이룩하겠다는 구상’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은 여전히 대만을 변절한 지역으로 간주하며, 대만을 평등하고 합법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이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자신의 통일 방안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 왔다(중국 국무원, 1993).
1971년 대만이 유엔(UN) 회원국의 자격을 상실하고 이어 1972년 미-중 관계가 정상화되자 중국의 결정적인 외교적 승리가 만들어졌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대만과 단교했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공식 수교한 이후, 미국은 대만과 ‘비공식’ 관계를 유지해 왔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이후 점진적으로 구체화되었고, 이는 미국의 대만 문제에 대한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전략적 모호성은 본질적으로 타깃이 되는 국가가 원치 않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억지 정책이다. 억지 효과는 공격하려는 국가가 타깃이 되는 국가로부터 얻는 예상 이익을 억지 국가가 이를 잠재적으로 거부하거나, 공격을 원하는 국가가 자신의 원치 않는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이 타깃국가로 부터 얻고자 하는 이익을 초과할 때 달성된다. 억지 효과가 발휘되려면 (a) 억지하려는 국가가 공격 국가가 얻고자 하는 행위의 결과를 거부할 수 있는 충분한 보복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b) 공격하려는 국가가 억제하려는 국가의 위협이 신뢰할 만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억지 국가가 무력을 사용할 결의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Chan, 2003; Christensen, 2002; Wang, 2010).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군사적 힘이 자국에게 행사될 경우 그 무게를 견뎌낼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미국은 실제 1995-1996년 대만해협 위기에서 무력을 사용할 결의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대만의 첫 번째 대선이 열리기 직전, 대만 유권자들을 위협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 훈련과 미사일 시험에 자극받은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대만 인근에 두 척의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했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인식하에 미국의 결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은 여전히 미국의 군사력 배치와 사용에 대한 워싱턴의 결의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연구들에 다르면 신뢰할 수 있는 위협만으로는 원치 않는 행동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효과적인 억제에는 설득력 있는 확신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Christensen, 2002; Christensen et al., 2022; Schelling, 1966). 공격 대상이 되는 타깃 국가가 궁극적으로 자신의 주요 가치와 이익을 상실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공격자를 억지하려는 국가의 요구에 응할 유인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만의 영구 분리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력을 사용하여 통일이라는 대의를 실현할 것을 우려하여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미국 행정부가 중국 지도자들에게 거듭 확언해 온 이유이다. 이러한 미국의 논리의 이면은 미국의 안보 공약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대만에 상기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 공격을 초래할 독립을 향한 공격적인 행동을 대만 정부가 취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미국의 목표이다.
따라서 원치 않는 행동의 편익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부과하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크면 그것이 일종의 억지력으로 작동한다.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 또한 공격하려는 국가의 원치 않는 행동에 대한 예상 비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의 모호한 태도는 이러한 ‘이중 억지력’의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다(Bush, 2006). 한편으로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의 군사 개입 불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만이 명목상의 독립을 추구하지 않도록 억제하여 대만 해협의 군사 분쟁을 피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인센티브와 반(反)인센티브의 결합을 통해 수십 년 동안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왔기에 가장 성공적인 외교 정책 중 하나로 칭송받아 왔다.
명확성에 대한 요구는 왜 제기되는가?
미국의 정책이 효과적이었다면, 왜 지금 변화를 요구하는가? 그 답은 점점 더 단호하고 공세적으로 변해가는 중국의 수정주의적 행동에 있다. 실제로 억지 외교는 공격하려는 행위자가 조건부 수정주의자일 때만 효과적이다. 크리스텐슨(2002)은 분석을 위해 다양한 정치 행위자에 대한 유형론을 제시한다. 일본, 프랑스, 영국과 같은 국가들은 국제질서를 수정하기 위해 ‘도발하려고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미국의 친구’이다. 호주가 프랑스 기업과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계약을 취소하고 새로운 계약을 위해 미국과 영국에 눈을 돌린 후 프랑스가 격노한 것처럼, 이들은 때때로 워싱턴의 정책에 불만을 품을 수 있다(Sanger, 2021). 하지만 이들 국가 정부는 미국의 근본적인 국익에 도전할 의도가 전혀 없다. 미국은 이들을 잠재적 위협으로 결코 보지 않는다. 도발할 수 없는 친구들에게 억지 외교는 필요하지 않지만, 억지 위협이 무의미한 ‘억제할 수 없는 이념가’들도 있다. 히틀러의 독일이나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 네트워크와 같은 정치 행위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에, 결코 단념시킬 수 없다.
도발할 수 없는 친구와 압력에 굴하지 않는 이념가들 이외에도 세 번째 유형의 정치 행위자, 즉 ‘조건부 수정주의자’가 있다. 이들은 현상 유지를 바꾸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활용할 의향이 있지만, 기회가 생기지 않는 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억지 국가는 상대 국가의 소중한 자산을 인질로 잡는 동시에 설득력 있는 확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 국가는 억지국가의 요구를 따를 유인을 갖게 된다. 이러한 논리가 전략적 모호성의 성공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1979년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중국이 대만을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해 굴복시키거나 미국의 억지 정책에 도전할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말 이후 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경험하자 전 세계가 이에 놀랐다. 그림 1은 1981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연간 GDP 성장률이 7.5%에서 10% 사이였음을 보여준다. 엄청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이제 중국은 군(軍) 현대화에 착수했다.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이 1989년에서 2010년까지 20년 동안 중국의 정부 지출 대비 군사 지출은 7%에서 17% 사이로 일본, 프랑스, 영국을 훨씬 웃돌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새로운 무기 체계를 획득하는 것 이외에도 반(反)접근·지역거부 역량도 개발하여 미국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Maizland, 2020; Olay, 2024). 이러한 중국의 능력은 대만 인근 지역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이 힘을 투사하는 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고(예방행동센터, 2022), 또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였으며, 부탄에 군사 전초기지를 건설했다(Barnett, 2021). 아울러 중국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수많은 ‘재교육 수용소’를 건설하고, 위구르족을 비롯한 지역 내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자행했으며(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 2022),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다(Wang, 202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면서, 중국 지도자들은 국제 여론에 대항하고 중국 국경 안팎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력하게 행사할 의지가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그림 1. 중국의 GDP 성장률: 1961-2023.
출처: 세계은행 그룹(각 연도-a).
그림 2. 정부 지출 대비 국가별 군사비 지출 비율: 1989년~2023년.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수십 년간 종합적 국력에서 중국은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그림 3과 4는 1980년대 후반 이후 대만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총 군사비 지출을 비교한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2000년 이전에는 중국의 연간 GDP가 대만의 2~4배에 불과했지만, 2008년 이후 그 비율은 10배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2010년에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대만의 경제 생산성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한편,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2009년 이후 대만의 10~20배에 달했다. 중국 지도부가 통일 계획에 따라 홍콩에 대한 ‘고도의 자치권’ 약속을 무효화한 후, 전문가들은 대만이 중국의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Lopez, 2022).
2016년 친(親)독립 성향의 민진당(DPP) 소속 차이잉원이 대만 총통으로 당선된 이후, 중국은 대만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군함과 전투기로 대만 섬 주변을 에워싸며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 대만 국방부 참조, 여러 해에 걸쳐)을 침범하는 등 호전적인 행동을 확대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지도자들은 대만 인근 해역에서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하여 실탄 사격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군사적 압박을 더욱 강화했다(Ng & Wingfield-Hayes, 2024). 중국의 급속한 기술 발전은 대만의 IT 인프라에 침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Lonergan & Mueller, 2022). 이러한 상황 전개는 2021년 미국 해군 제독 존 아퀼리노가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준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이어졌다(Lendon, 2021).
그림 3. 중국과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비율: 1991년~2023년.
출처: 세계은행 그룹(다양한 연도-b) 및 중화민국 국가통계국(대만)(다양한 연도).
그림 4. 중국과 대만의 군사비 지출 비율: 1989년~2023년.
출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다양한 연도).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국이 더 이상 조건부 수정주의자가 아니라, 현상 유지의 국제질서를 바꿀 능력과 의도를 가진 수정주의자로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모호한 태도로는 점점 더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대만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제 ‘미국이 전략적 명확성을 갖춘 정책을 도입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이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에 대응할 것임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Haass & Sacks, 2020).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견지하는 견해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국제 질서를 재편할' 의도와 능력을 모두 갖춘 수정주의자로 규정하며,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가장 큰 도전자임을 인정했다(White House, 2022, p. 23). ‘중국이 이제 자신의 궤적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 주변의 전략적 환경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Blinken, 2022). 따라서 대만을 지원하고 대만의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의 강압적 조치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또한 미국의 모호한 태도가 타깃 국가의 원치 않는 행동을 억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태도가 타깃 국가의 오판과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과 대만의 지도자들은 모두 ‘미국의 결의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명백한 유인’을 가지고 있다(Kastner, 2006, p. 662). 이러한 경향은 특히 중국 지도자들에게 강한데, 이는 이전에 모호성을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만들었던 공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모호성은 안정 대신 대만 해협의 불안정성을 조장하고 미국을 중국과의 원치 않는 갈등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침공에 대해 미국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을 경우,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미국의 명성이 손상되고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이 형성될 것이다(Schmitt and Mazza, 2020). 만약 이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면, 결과적으로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 지역의 일부 세력이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연합하여 국제 무역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 중 하나인 대만에 긴장과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손상시킬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강제로 점령한다면 중국은 해군력을 제1열도선 너머로 투사하여 미국과 동맹국의 해상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의 자치권은 미국에게 중요한 지정학적 관심사이자 경제 안보 문제가 되었다. 중국이 내일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최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의 85%에 대한 접근권을 잃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Fadel, 2022).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베이 방문과 친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 이후 중국의 위협적인 군사 훈련은 전략적 모호성 정책 수정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중국의 수정주의적 행동에 대한 강력하고 명확한 대응, 특히 대만에 대한 명확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여러 가지 조치가 취해졌다. 여기에는 내각의 장관급 인사와 군 장교들을 대만에 파견하고, 대만에 대량의 첨단 무기를 판매하는 조치가 포함되었다. 미국 의회는 2018년 대만여행법과 2020년 대만동맹국 국제보호증진구상(TAIPEI)을 통과시켰다. 전자는 미국 고위 관리들이 타이베이를 방문하여 대만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반면, 후자는 대만이 기존 외교 관계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1년 취임한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대만 관계를 ‘확대하고 심화’하기 위한 일관되고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더욱 추진해 왔다. 여기에는 미국 주재 대만 대표를 미 대통령 취임식 공식 손님으로 초청하는 것(Blanchard, 2021), 미 대통령의 ‘개인적 지지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타이베이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Brunnstrom & Martina, 2021), 대규모 무기 판매(Chung et al., 2024), 양국 경제 관계 강화, 그리고 대만의 주요 비(非)나토 동맹국 지위 재확인(US Government Publishing Office, 2022)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모든 노력은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안보, 번영, 그리고 존중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만 문제의 국제화 노력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과 같은 표현은 미국-일본(백악관, 2021b), 미국-한국(백악관, 2021a), 일본-호주(호주 총리, 2022), 그리고 G7 정상회의(유럽 이사회, 2021)에서 언급되었다. 대만의 안보 문제가 주요 강대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포함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위협적인 중국을 견제하고 대만에 이로운 국제 정치 세력 연합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 방어를 거듭 다짐하며 중국의 대만 침략 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변경했는지에 대한 추측을 하게 되었다.
명확한 이슈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전략적 명확성 정책에는 위험이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그중 가장 큰 위험은 바이든 대통령처럼 명확한 안보 공약인데, 이는 대만 국민들이 미국의 방위 지원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만들고, 이러한 기대는 결국 대만 독립을 요구하는 여론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대만 국민들의 압력 하에서, 대만 정부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한편, 일반 국민들의 과신은 동맹국이나 우방을 지원하는 미국의 군사 행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Benson, 2022).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안보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미군의 현지 투입은 자제하기로 한 결정은 미국이 해외 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꺼린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대만 국민들이 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해 실현 불가능한 신뢰를 보이는 것은 양안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대만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명확성 정책 추진을 ‘무모하다’고 평가한다(예: Beinart, 2021).
위에서 지적된 우려는 타당하다. 그림 5는 지난 20년간 대만의 국제적 지위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선호도 추이를 보여준다. 위쪽 두 개의 점선은 대만 국민의 약 15~35%가 현상 유지를 무한정으로 선호하지만, 그중 약 3분의 1은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미래 지위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운데 두 개의 실선은 현재는 현상 유지를 선호하지만 향후 독립을 지향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적지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 비율은 2018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최종 목표로 통일을 선호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더욱 적고 감소하고 있다. 아래쪽 두 개의 점선은 대만 국민의 10% 미만이 즉각적인 통일 또는 독립을 추구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수치를 종합해 보면, 대만 국민 중 중국 공산당 정부의 통치를 원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현상 유지를 원하며, 사실상의 독립보다 ‘보다 조용하고 온화한’ 형태, 즉 현상 유지를 영원히 유지하거나, 장래 중국과의 영구적인 분리를 선호한다.
그림 5. 독립과 통일에 대한 대만 국민의 입장: 1994-2024
출처: 국립정치대학교 선거연구센터 (2025년 1월 13일)
대만 국민들은 민주주의적 삶의 방식이 유지되기를 선호하지만, 독립을 추구하면 중국으로부터 폭력적인 반발에 직면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림 6은 대다수의 대만 국민이 양안 갈등을 피할 수 있다면 사실상 독립을 선호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할 경우 독립에 대한 지지가 크게 감소함을 보여준다. 그림 7은 또한 대만 국민의 50~60%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믿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상 대만의 독립을 추구한다는 강경 노선을 취하는 집권 여당인 민진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확신 수준이 특히 높다. 위의 수치는 대만과 중국 간의 미래 관계에 대한 국민의 선호가 지속적으로 인지된 위험에 따라 결정됨을 보여준다. 즉, 중국과의 전쟁과 같은 고위험을 수반하는 경우 대만의 독립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 국민들의 선호에 대한 이러한 조건부 성격은 이들 국미들이 집단적으로 조건부 수정주의자임을 시사한다. 즉,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면 독립을 향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만 국민들은 양안 군사 분쟁 발생 시 미국이 대만을 지원할 것이라고 매우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적 명확성은 대만 국민들이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하고, 중국 지도자들이 도발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지지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림 6. 중국과의 전쟁 유무에 따른 독립 지지, 2003-2024
출처: 아시아 안보 연구 프로그램(다양한 연도).
그림 7.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대만 시민들의 신뢰: 2003-2020
출처: 아시아 안보 연구 프로그램(다양한 연도).
위의 연구 결과는 전략적 모호성 지지자들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대만에서 수집된 패널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는 이러한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Wang & Cheng, 2023). 예상과는 달리, 대만에 대한 바이든의 안보 공약 이후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신뢰는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했다. 신뢰도 하락은 주로 독립 지지자들의 태도 변화에서 기인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영구적으로 분리하려는 그들의 결의와 인지적으로 일치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해외 분쟁에 대해 서방이 직접적으로 군사 개입에 나서는 데 대한 주저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다. 미국은 대만이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와 비슷한 회피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바이든의 구두 약속에도 불구하고, 행동은 말보다 더 강력하다. 독립을 지지하는 대만 국민들의 태도 변화는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 감소를 설명하며, 이는 독립을 향한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그들의 요구를 완화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패널 분석은 오랫동안 개인의 태도의 지속성과 변화를 분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전략적 명확성의 또 다른 문제점은 ‘무엇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와 ‘무엇을 무시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것이다(Chang-Liao & Fang, 2021, p. 51). 막대한 비용과 불확실한 결과를 고려할 때, 중국 지도자들은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대만 제품에 대한 경제 제재, 대만의 정보 기술 인프라 공격, 대만의 방공식별구역 침범, 사실상의 봉쇄를 위한 군사 훈련 실시와 같은 ‘회색 지대’ 전술을 그 동안 사용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전통적인 형태의 침략을 감행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저강도’ 전술로 대만의 자원을 고갈시키고 결의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략적 명확성은 중국의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억제 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비판 또한 타당한 우려이지만, 이는 중국이 최근 명확성 요구가 제기되기 훨씬 전부터 대만에 대해 모호한 접근 방식을 취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는 개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자들이 저강도 도발을 감행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영향력 증대와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 약화에 대한 인식이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의 근본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이 ‘사후 반응적이고 위험 회피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다(Sussex & Moloney, 2021). 미국은 조율된 대응으로 중국에 맞서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여전히 중요하지만, 재조정이 필요하다. 중국이 점점 수정주의 지향적 강대국으로 변모함에 따라, 미국은 중국의 보다 더 호전적인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모호한 태도를 재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재조정은 모호성과 명확성 사이의 이분법적 선택일 필요는 없다. 두 정책 모두 연속선상의 양 극단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중국의 강력한 압박 캠페인을 고려할 때, 미국은 민주주의와 미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대만의 방어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에는 대만의 비대칭 전쟁 능력 강화, 군사력 증강, 효과적인 민방위 구축을 통한 ‘고슴도치’ 방어 전략 수립이 포함된다. 또한 미국은 중국이 회색지대 전술을 사용하여 대만을 더욱 고립시키고 대만의 경제적 취약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대만과 국제 사회의 통합을 확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성공적인 억지 정책은 대만의 독립 추구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설득력 있는 확신에 달려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이 중국과 대만의 통일을 은밀히 방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깊은 의심을 품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 재조정은 이러한 의심을 확증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의 정책이 대만과 중국의 영구적인 분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면, 워싱턴의 요구에 굴복할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2.0
도널드 트럼프가 2025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위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전략적 모호성 정책에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친구와 동맹의 가치뿐 아니라 국제적 파트너십과 동맹의 이점에도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Bush & Haas, 2024). 그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미국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Lobosco, 2018), 파리 기후협정(White House, 2017, 2025a), 중거리핵전력조약(INF) (Pompeo, 2019), 유엔 인권이사회(White House, 2025b)에서 탈퇴시켰고, 미국이 이러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거나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모든 국제기구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의무화했다(White House, 2025b). 그는 나토와 한국, 일본이 미국의 군사적 보호 제공에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거듭 질책했다(Reuters, 2024). 동맹과 안보 파트너십에 대한 그의 경멸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국제적 협력 관계를 뒤엎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 가지 사건이 대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획득하고(Erlanger & Smialek, 2025),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며(New York Times, 2025),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할 것을 명시적으로 제안했다(Colvin, 2025). 이러한 트럼프의 영토 확장 야망은 국제 사회를 경악시켰는 데 이는 무력이나 강압으로 국경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적 원칙을 훼손한 것이었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그리고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중국 지도자들이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는 것을 감행하도록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Sacks, 2025). 둘째, 바이든이 미국 동맹국들을 지지하면서 민주적 가치 수호를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트럼프는 국제 문제에 대해 거래적 접근 방식을 취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그의 대응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미국이 자국 방위를 지원하는 대가로 막대한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을 미국에 양도하도록 강력한 압력을 가했다(Taub, 2025).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러시아와의 협력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역(逆) 키신저’ 전략이라고 추측하기 도 한다(Editor Board, 2025). 이러한 전략이 잠재적으로 대만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만의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에 우려를 표하며 미국의 지원에 계속 의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Buckley & Chien, 2025). 트럼프가 중국과 광범위한 경제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Swanson, 2025), 중국 정부는 대만에 대한 개입 없이 미국의 대만에 대한 입장을 수용하는 대가로 무역 협정에 대한 양보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트럼프는 중국에 비해 대만의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Llorente, 2024). 그는 이전에도 미국의 대만 방위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Bolton, 2020). 미 국무부가 최근 대만 관련 자료에서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오랜 문구를 삭제하면서(미국 국무부, 2021), 일부에서는 이것이 전략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 되었지만(Tao, 2025), 트럼프의 대만에 대한 의심스러운 태도는 이전 인터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거래적인 어조로 트럼프는 “대만이 우리에게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보험 회사와 다를 바 없다. 대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또한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빼앗아 갔다고 불평했다(Kharpal, 2024).
트럼프의 적대적인 요구에 대응하여, 미국에 대만의 실질적인 가치를 과시함으로써 대만 정부는 국방비를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대만 대통령실, 2025).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칩 제조업체인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TSMC) 또한 미국 내 사업 확장을 위해 1,0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Tang & Price, 2025). 트럼프 대통령은 이 투자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Chung & Lee, 2025), 중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회의주의와 다양한 사고방식으로 인한 결단력 부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위협이 억지 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동안 전략적 모호성의 미래와 효과는 불확실할 것이다.
결론
대만 해협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Economist, 2021)으로 묘사되어 왔다.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충돌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양측 모두에게 물적 피해와 인명 피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충돌은 두 핵 강대국 간의 직접적인 충돌로 확대되어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고 세계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 중 하나인 대만의 번영을 저해할 수 있다.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은 수십 년 동안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점점 더 강력하고 공격적인 중국의 등장으로 인해 재조정이 필요하다. 전략적 명확성 정책으로 전환하는 대신, 미국은 대만의 방위력을 강화하고 국제 통합을 증진함으로써 모호한 태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 미국이 대만의 독립이 아닌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도록 함으로써, 억지 정책의 효과를 유지하고 대만 해협 군사 분쟁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뒤흔들었다. 그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거래적 접근 방식은 그가 대만 해협 관계를 중국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워싱턴의 대만 정책은 예측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대만 해협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First published in :
T.Y. Wang은 미국 Illinois state에 재직 중 (정치 및 행정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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