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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 Economics

도널드 트럼프, 중하위 계층의 반란, 그리고 유럽 통합의 다음 단계

미국 뉴욕주 뉴욕시 - 2025년 1월 18일: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취임식을 앞두고 열린 여성 행진에서

Image Source : Shutterstock

by Klaus Welle

First Published in: May.29,2025

Jun.09, 2025

초록

 

우리 시대 정치적 변화를 규정짓는 것은 중하위 계층의 반란이다. 최근 몇 년간 금융 위기로 부터 시작된 통제되지 않은 이주민 문제와 코로나-19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터진 위기에 부유층보다 훨씬 위기에 더 취약한 중하위 계층은 포퓰리즘 우파와 그들이 약속하는 폐쇄적 보호 조치에 의지하고 있다.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소선거구제와는 달리 유럽연합의 제도적 틀은 타협과 초당파적 협력을 강조하며, 이러한 위기와 혼란의 물결에서는 중요한 완충 장치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의회 민주주의, 법치주의, 그리고 유럽 통합에 기반한 1945년 이후의 정치 질서를 이러한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유럽연합은 경쟁력, 성장, 이주, 그리고 국방에 초점을 맞춘 보다 과감한 의제가 필요하며, 이 모든 것은 유럽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서론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 일어나면 새로운 표준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에서 승리하며 미국의 새로운 현실이 되었고, 단순한 아웃사이드가 더 이상아니다. 트럼프는 누구보다 현 시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엄청난 법적, 정치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좋든 싫든, 새로운 게임의 운영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하위 중산층의 반란

 

새로운 현실은 무엇일까?

 

미국과 유럽의 정당 정치 체제는 하위 중산층의 반란으로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다수 유럽 국가의 유권자 분석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과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이 다른 어떤 정당보다도 ‘탈정당화(défavorisés)’현상을 대표하며, 그러한 역할에서 전통적 좌파를 대체했다. 르펜은 과거 공산주의의 중심지이자 광산 지역이었던 프랑스 북부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의회에서 상당한 의석을 확보하기도 했다(Ipsos 2024). 마찬가지로,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 AfD)은 노동자, 실업자, 그리고 평균 이하의 소득 및 교육 수준을 가진 계층에서 큰 득표율을 올려과잉 대표되고 있다(Moreau 2024a). 그리고 오스트리아 자유당(Freiheitliche Partei Österreichs, FPÖ) 역시 자신의 당으로 노동자의 표를 결집시킨다(Moreau 2024b).

 

이러한 변화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우파 포퓰리즘 정당은 정치학에서 10년 넘게 비전통적인 노동자 정당으로 인식되어 왔다(Rydgren 2013). 그리고 유럽 정치 공간의 변화 또한 10년 넘게 지속되어 왔다.

 

유럽 의회 선거는 유럽과 유럽연합 회원국의 전반적인 정치 상황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지표이다. 2024년 유럽 의회 선거 결과는 기본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뉜 정치 공간을 보여준다. 현재 유럽 의회 의원의 3분의 1은 녹색당, 사회당, 좌파 그룹으로 구성된 좌파에 속한다. 3분의 1 정도는 중도파에 속하며 이 중도파에는 자유당과 기민당(CPP)이 포함된다. 그리고 또 다른 거의 3분의 1은 현재 포퓰리즘과 급진 우파(2024년 유럽 의회)에 속한다.

 

미국에서 트럼프의 성공은 2016년 과거 민주당의 심장부였던 ‘러스트벨트’ 지역에서의 성공을 통해 이룩되었다. 2020년 조 바이든은 간신히 이러한 흐름을 역전시켰다. 수십 년간 노조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쌓아온 신뢰 덕분에 그는 진보주의 성향이 강한 뉴욕과 캘리포니아 출신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카말라 해리스가 거두지 못했던 대선 승리를 만들 수 있었다.

 

오늘날 미국 공화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이름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당(黨)이 되었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의 공화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 고숙련 노동자 계층을 대표했던 공화당은 오늘날 저숙련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며, 자신의 선거 승리를 이들 저숙련 노동자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안보를 중시하던 공화당원’들은 정치적 안식처를 잃었다.

 

하위 중산층은 왜 반란을 일으키는 것일까?

 

하위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어려운 계층으로 정의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정적 여유가 없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월급날을 눈빠지게 기다리며 생활하는’ 계층으로 불리는 이 계층이 전체 인구의 25%에서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월급이 한 번 오지 않으면 이 계층 사람들은 자신의 차를 팔아야 할 수도 있고, 여러 번 월급을 받지 못하면 생계를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뱅크 오브 아메리카 연구소, 2024).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럽은 위기에서 위기로 이어졌다. 장기화된 금융 위기에 이어 러시아의 시리아 대도시 폭격으로 인해 야기된 통제불능의 이주민 사태가 터졌고, 그 이후엔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및 식량 가격 폭등과 또 다른 대규모 이주 물결이 발생했다.

 

우리가 ‘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시스템 전반의 성능 저하와 통제력 상실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는 군사적으로나 다른 방식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자신들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이은 위기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연평균 약 5% 성장한 독일의 경제 성장율은 지난 5년 동안 0%로 떨어졌고 심지어는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부유한 계층은 이러한 위기를 감당할 수 있지만, 중하위 계층에게는 실존적 어려움이 따른다. 금수지로 태어나 고급 주택 소유라는 사다리에 오르지 못했다면, 이제 그 사다리에 오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적 신분 상승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중상위 계층은 이주민을 오늘날 자신들의 개인 서비스와 노후의 돌봄을 제공하는 값싼 인력으로 받아들이지만, 중하위 계층에게는 저렴한 주택과 국가 서비스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경쟁자, 그리고 저소득층 거주 지역 아이들의 교육 수준 저하 위험을 야기시키는 무례배로 인식된다.

 

독일 사회학자 안드레아스 레크비츠(2020)는 중하위 계층의 이러한 경험을 경제적, 문화적 이중 가치 저하로 묘사한다. 경제적 가치 저하는 이전 고소득 혜택을 누렸던 산업계 노동자들이 새로운 대학 교육을 받은 서비스 계층 노동자에게 점점 뒤처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문화적 가치 절하는 그들의 전통적 가치 체계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결국 대체될 운명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일어난이다.

 

정당 정치 체제에 대한 수평적 이해에서 수직적 이해로

 

좌우 축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정당을 구분하는 전통적인 수평적 ​​분류는 현재 매우 오해의 소지가 있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수평적 ​​정당 분류를 사회적 지위, 소득, 교육 수준에 기반한 수직적 정당 분류로 대체해야 한다. 2021년 독일 연방 의회 선거와 지방 의회(현재 온라인에서 제공되지 않는 데이터) 및 기타 자료(Focus online 2021)에서 제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일의 수직적 정당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녹색당과 자유당은 젊은 유권자들을 대표한다. 자유당의 지지자의 경우 매우 높은 소득 수준을 보이고 있고, 녹색당은 고학력층(Bildungsbürgertum)의 정당으로 소득은 평균 수준이지만 고학력을 자랑하는 청년을 대표한다. 이들 유권자들은 상위 중산층이자 사회에서 가장 역동적인 계층으로 간주될 수 있다.

 

2. 전통적 정당인 기민당과 사민당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 인기가 높아지며, 특히 70세 이상 유권자 사이에서는 인기가 급상승한다. 이들 정당을 지지 하는 유권자들의 소득 수준과 교육 수준은 평균 수준인데, 현재 유권자 기반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 두 정당은 중산층을 대표한다.

 

3. 독일 좌파(Die Linke)는 학계와 실업자층을 대표하며, 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소득은 평균 이하이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육체 노동자, 실업자, 그리고 잠재적 실업자 계층을 대표한다. 이들 유권자들의 교육 수준은 낮고 가계 소득은 평균 이하이다. 독일 좌파와 독일을 위한 대안은 모두 중하위 계층을 대표한다.

 

포퓰리즘 우파가 대표하는 중하위 계층은 폐쇄적인 정책으로 보호를 약속받고 있다. 따라서 우파 포퓰리즘은 ‘사회적 민족주의’로 불린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정책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다양한 사회 집단이 새로운 연합을 만들어 결집하는 것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에 의해 촉진된다. 트럼프는 막스 베버(1921)의 정의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이며, 나이젤 패라지, 보리스 존슨, 마린 르펜, 빅토르 오르반과 같은 유럽 지도자들도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로 불리울 수 있다. 소셜 미디어가 영향력에서 전통적 미디어를 압도하면서 정치 조직의 비용이 크게 감소했고, 신진 정치인들이 자리를 잡을 기회가 많아졌다. 소셜 미디어는 또한 증오심을 조장하기도 했는데, 증오심 조장은 20세기 인종차별, 국가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경험한 이후 전통 미디어에서 금지되었던 것이다. 칼 슈미트(2007)의 전통에 따라 정치적 반대자를 적으로 묘사하는 정당들은 이제 이러한 새로운 정치 도구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어떤 정당보다 보다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미국의 정당 정치 경쟁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중하층 계급의 반란이 목격되고 있는데, 그 영향력은 지금까지 왜 이렇게 달랐을까?

 

미국의 소선거구제는 모든 사람을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두 주요 정당 중 하나에 편입되도록 강요한다. 따라서 두 정당 모두 매우 큰 정치 연합을 구성한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선거만을 위해 활용되고, 그래서 두 정당은 강령 정당으로 간주될 수 없다. 콘텐츠를 둘러싼 싸움은 주로 의회 내에 조직된 다양한 집단 사이에서 발생한다.

 

유럽 ​​의회에서 중도 우파로 불리는 정당인 유럽의 기민당, 보수당과 개혁당, 애국당과 주권당은 미국에서는 모두 공화당이라는 하나의 정치 집단으로 뭉쳐 있다. 마찬가지로, 자유주의 성향의 Renew 그룹, 사회당과 사민당, 녹색당, 유럽의 좌파들은 미국에서는 민주당 안에서 공존해야 한다.

 

미국 공화당은 유럽에서 빅토르 오르반과 애국당의 노선으로 여겨질 만한 세력의 통제와 지도 아래에서 활동하는 광범위한 정치 연합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성향의 세력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들 오르반 성향의 세력들은 당의 전체적인 방향을 일장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지만, 지속 불가능한 부채 수준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핵심 신념에 반하는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이나 기타 국가 안보 및 국방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의사 결정을 방해하거나 다른 진영과 협력할 만큼 충분히 강력할 수 있다.

 

유럽과 유럽 개별 국가의 선거 제도

 

유럽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 프랑스, ​​헝가리의 선거 제도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정당에게 과도한 의석을 제공함으로써 극단적인 정당 탄생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이러한 결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극우와 극좌가 선거 제도를 인질로 잡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현재 처한 정치적 교착 상태는 이러한 또 다른 결과이다.

 

반대로 유럽의 순수 비례대표제에서는 한 정당 또는 여러 정당의 연합이 효과적인 정치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선 50% 이상의 득표가 필요하다. 미국과 같은 소선거구제에서는 유권자의 20~30%만 득표해도 주요 정당 중 하나를 장악하고 이를 통해 잠재적으로 국가를 운영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순수 비례대표제는 우파 또는 좌파 포퓰리즘이 정권을 완전 장악하는 것을 막아주는 보다나은 보호 장치를 제공한다.

 

유럽연합의 정치 제도

 

반면 유럽연합의 차원에서는 정치 중심 세력 간 협력을 위한 유인 장치가 존재한다.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의 결정은 과도할 정도의 가중 과반수를 필요로 하며, 유럽 의회가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려면 유럽 의회 하원에서 선출된 의원들의 절대 과반수가 필요하다. 이러한 절대 과반수는 일반적으로 양당 간 협력과 전통적인 좌우 분열을 극복해야만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에서 주요 정치 직책을 맡으려면 타협의 의지가 필요하며, 따라서 이는 우파 또는 좌파 성향의 정당들이 중도 노선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폰 데어 라이엔 유럽 연합 집행 위원장은 최종 투표에서 기민당, 자유당, 사회당의 대규모 범유럽 연합 세력에 의해 통과되었고, 이탈리아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를 중심으로 한 건설적 우파와 독일 녹색당이 이끄는 건설적 좌파가 또 힘을 보탰다. 반면 유럽 보수당과 개혁당, 녹색당의 급진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러한 제도적 시스템은 협력 문화가 필요한 유럽연합의 정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럽 연합의 정치 체제는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분열된 유럽대륙의 안정을 위한 조건으로서 단결을 선호한다.

 

유럽연합의 권력 분립 체제에서는 영구적인 연합 세력이 부재하고 고정된 다수파와 소수파의 역할 역시 부재해 이러한 권력 체제 자체에 반대하지 않고 또 체제 파괴를 주된 목표로 하지 않는 극우파와 극좌파, 즉 건설적인 우파와 건설적인 좌파를 통합할 기회를 제공한다. 파괴적이고 반체제적인 세력이 각자의 연합 세력을 구성, 정국을 장악할 수 있는 미국과는 달리, 유럽연합 내부에서 파괴적인 우파와 좌파는 체제 반대 세력이 되는 것을 감수하지 않는 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 위원장은 이탈리아 형제단(Fratelli d’Italia)의 라파엘레 피토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해 기후변화 정책 및 법치주의 유지를 위해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탈리아 형제단은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과는 달리 새로운 망명 협정을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자산에 대한 이자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 통과를 포함하여 우크라이나를 확고하게 지지해 왔다. 이탈리아 형제단은 건설적 우파의 일원으로서 유럽연합의 정치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연합은 안전한가? 유럽연합은 시민과 개별 국가들의 연방식 연합체이기 때문에 모든 회원국의 지지에 의존해야 한다. 유럽연합의 힘은 가장 약한 고리에서 나온다. 유럽연합 산하 기관에 대한 지지가 역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며 개별 국가 기관에 대한 지지 수준을 훨씬 웃돌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EU 2024). 브렉시트 이전 유럽연합의 전반적인 지지 기반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영국이었다. 현재 유럽연합의 가장 약한 고리는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파괴적인 우파와 파괴적인 좌파의 결합으로 정치가 마비되어 있다. 프랑스는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자와 녹색당의 인질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극단 세력은 프랑스 정치 불안정에 서로 협력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프랑스에서는 과거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냄새가 난다.

 

무엇을 해야 할까? 유럽 통합의 다음 단계를 위한 의제


강력함을 위한 의제

 

트럼프, 푸틴, 시진핑의 세계에서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국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우리는 19세기 권력 정치의 세계로 되돌아갔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고, 따라서 이를 빨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내부와 외부로 부터 동시에 위협을 받고 있다. 내부에서는 1945년 이후 의회 민주주의, 법치주의, 유럽 통합을 기반으로 수립된 정치 질서를 파괴하려는 파괴적인 민족주의 포퓰리즘 우파와 좌파의 위협이 존재한다. 외부로 부터는 공격적인 민족주의 권력 정치의 위협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둘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내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하려면 우리가 단지 상상 속의 문제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해야 한다. 초인플레이션은 실제 존재했으며 오늘날의 물가 수준에도 여전히 반영되어 있다. 조 바이든의 4년 임기 동안 누적된 인플레이션은 20%를 넘었다(미국 노동통계국 발표일, 저자의 계산). 유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성장률은 매우 낮은 반면 부채는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개입하기가 어려워졌다. 통제되지 않은 대량 이주민이 발생했다. 유럽 대륙을 방어할 우리의 역량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국제적인 존경은 약함이 아닌 강함으로 부터 나온다. 이는 집단 심리 치료가 아니라 정치적 행동의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치적 의제는 변화해야 한다.

 

현재 유럽 의회는 다가오는 다음 의회의 의제를 설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 위원장은 유럽 의회 하원 의원의 절대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되기 위해 향후 5년간의 유럽 연합의 프로그램에 대해 모든 정치 세력과 협상해야 했다.

 

유럽 연합 집행위원장이 유럽 연합의 프로그램을 협상해야 할 필요성은 유럽 연합 기구의 역할 또한 변화시킨다. 윌프리드 마르텐스 유럽 연구 센터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7D”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수백 개의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유럽 연합의 심의 과정에 포함시켰다. 그의 글은 국방, 부채, 디지털화, 인구 통계, 민주주의, 탈탄소화, 그리고 세계화의 위험 완화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풍부하게 하고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작성되었다(Wilfried Martens Centre for European Studies n.d.).

 

유럽 의회 선거 결과 또한 당연히 중요하다. 녹색당과 자유당이 50석 이상을 잃었고, 자유당, 녹색당, 사회당, 그리고 극좌파로 구성된 소위 진보 계열 다수당이 사라지면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유럽 의회에서의 우선순위가 눈에 띄게 변화했다. 경쟁력과 안보, 즉 국방과 국경 보호를 포함한 이주 문제가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이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연합 정상회의의 구성 차이에 기인한다. 두 기구의 위원 중 절반이 유럽인민당 출신이고, 유럽인민당은 유럽 의회에서도 중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안팎으로 도전받고 있는 유럽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경쟁력, 이주, 그리고 국방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성장을 위한 의제: 드라기 보고서 이행

 

다른 정책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레타 보고서와 드라기 보고서는 세부적으로 논의될 수 있고, 현재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통화 및 경제 문제에 있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전 총재의 역량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드라기 보고서는 매우 중요한 정책적 영감과 대안을 제공할 것이다. 그의 보고서는 이번 회기 동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입법 제안에 영감을 줄 여섯 가지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드라기 ​​전 총재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지도록 하게 한다. 내가 직접 읽어본 바에 따르면, 그의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 투자는 미래 성장의 전제 조건이다. 유럽은 첨단 기술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으며 새로운 디지털 경제 경쟁에서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크게 뒤처졌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 간 성장률 차이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현재 유럽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자동차 산업과 같은 중견 기술 기반 산업은 중국으로부터 점점 더 큰 경쟁력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

 

 · 충분한 투자 없이는 연간 생산성 증가율에서 뒤처지게 된다. 유럽은 여성과 고령층의 일자리 참여를 크게 증가시킴으로써 그들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또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이러한 양적 투입 증가는 점점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 유럽연합은 특히 서비스 부문 중 통합이 덜 된 분야에서 자체 내부 시장을 개발하여 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돌아가야 한다.

 

 · 은행연합과 자본시장연합은 첨단 기술 투자자들이 국경을 넘어 규모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지원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첨단 기술은 고수익 뿐만 아니라 고위험을 의미하기 때문에 벤처 캐피털은 이러한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우리는 기회보다는 위험을 더욱 규제해 왔다. 규제 부담은 줄여야 한다.

 

 · 유럽연합의 공동의 공공 부채는 위에서 언급한 분야의 발전 상황에 따라 그 규모를 결정하는 잔여적 해결책 도입으로 해소되어야 한다. 유럽의 공동 부채에 대한 합의는 유럽의 공공재로 간주될 수 있는 국방 분야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유럽의 공동 재정 지원은 더욱 공평한 부담 분담에 기여할 것이다.

 

이민 의제

 

이민은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의 성장을 가져다 준 핵심 의제이다. 이민은 유럽에 사회적, 문화적 도전 과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부족한 공공 서비스와 지원을 놓고 경쟁하는 사회적 도전 과제와 전통적인 국가 및 문화적 정체성 구축에 대한 도전 과제라는 문화적 도전이 그 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사회는 붕괴되고 있다. 이민은 상위 중산층과 이들을 대표하는 자유당과 녹색당에게는 향상된 개인 서비스 제공이라는 약속이 제공되는 반면, 하위 중산층에게는 임금 하락과 교육을 포함한 국가 서비스 경쟁 심화라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의 경험은 이민에 대한 강경 정책이 포퓰리스트 정당이 적응하거나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영역임을 보여주었다. 유럽 의회의 예비 투표 분석에 따르면,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은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상반된 견해를 보이지만, 정치적 분열을 야기하는 문화적 이슈에 대해선 단일 대오를 형성하며 다른 정치 세력과는 분명히 차별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Welle and Frantescu 2025).

 

지중해에서 발생한 이주민 사망 사건과 러시아의 시리아 및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리는 정치적 공간의 급진화를 경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유럽의 공동 국경으로 이송하거나 벨라루스를 경유하는 등 주변국들을 불안정하게 만들려 시도하고 있다.

 

덴마크는 유럽연합에서 기존 우파 포퓰리즘 정당의 지지율을 한 자릿수로 낮춘 유일한 국가이다. 덴마크는 사민당이 이끄는 현 정부가 강경한 이주 정책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냄으로써 이를 달성했다. 동시에 덴마크는 사회 발전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덴마크로 가자’는 국제 개발 정책에서도 언급된다. 따라서 덴마크의 이주민 정책이 유럽연합 전체 국가에 어느 정도의 지침과 해결 방안을 제공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덴마크의 이주민 정책을 더욱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따라서 2024년 4월 유럽 의회에서 표결된 이주 협정의 신속한 이행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단계가 되어서는 안된다. 유럽 국가 통합 역량이 또한 이주 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방위 의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국가들은 강대국들의 침략을 자초해 왔다. 지난 500년간 러시아 지도를 살펴보면 러시아는 약소국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끊임없이 자국의 영토를 확대해 왔다. 러시아는 모스크바라는 도시 영토에서 세계 최대의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이웃 국가들로 부터 군사적 항복을 이끌어내는 것이 러시아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법치주의에 기반한 유럽의 평화롭고 자발적인 통합은 유럽연합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제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리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그 사이의 회색지대는 러시아의 침공과 점령의 위험에 처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19세기 제국주의의 논리를 유럽 대륙에 다시 도입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점점 더 집중할 것이다. 따라서 유럽은 재래식 방위의 대부분의 책임을 스스로 떠안아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의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마르텐스 센터는 변화하는 지정학적 국제 질서에서 유럽 방위를 위한 실행 가능한 방법 구축에 대한 10단계 계획, 즉 유럽 방위 피라미드를 제시했다. 초기에는 기본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지속가능성을 위한 7D - 확장된 방위(Ciolan and Welle 2024)』계획을 마련하여 상당히 세부적 안을 제시했다.

 

현재 그 발전 상황은 이미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마르텐스 센터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내 국방 위원회 사무소와 유럽 의회 내 상설 국방 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두 가지 모두 이제 현실이 되었다. 군 기동성 강화를 위한 재정 지원 확대 제안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역 기금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달성되었다. 또한, 신임 국방 위원들은 문서에서 군사 연구를 위한 ‘EU DARPA’2 설립을 제안했다.

 

위험한 시대를 살아가다

 

유럽은 내외부적으로 동시에 도전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현재 유럽 정치 공간의 거의 30%를 장악한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들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중국을 최소한 호의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가운데 군사적 침략을 통해 19세기 제국주의의 지배를 다시 시도하려는 러시아의 도전 또한 받고 있다. 이러한 도전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좌파와 우파의 일부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공개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의 헝가리는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고 ‘전천후 파트너’라는 지위를 얻어내기도 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우리는 협력의 세계에 살고 있다. 동서 간 체제 경쟁은 세계화로 대체되었다. 더 이상 이념 체제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세계화로 생산은 가장 값싼 곳에서 이루어졌다. 공산국가 중국은 우월한 기술을 이전받는 대가로 자본가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레닌의 비유처럼, 중국은 자본가들에게 스스로 목을 매달아야 할 밧줄을 팔았다. 가격 패러다임이 안보 패러다임을 대체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미국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해졌고, 실제로 미국에 도전하고 있으며, 군사적으로도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기에 과거의 협력의 시대는 끝이 났다. 중국은 매년 대만 주변에서 더욱 위협적인 해상 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이를 통해 대만을 군사적으로 제거하거나 점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무한 파트너십’을 수립한 지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며, 1945년 이후 약소국의 영토를 정복하고 합병하는 것이 불법화되었던 세계 질서를 뒤바꾸었다. 서구는 아시아의 중국, 유럽의 러시아로 부터 동시에 도전을 받고 있다.

 

유럽식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서는 유럽이 더욱 경제적, 군사적으로 강해져야 한다. 유럽 사회의 균열을 해소하고 중하위 계층의 반란을 건설적으로 종식시켜야 한다. 동서 간 체제 경쟁이 다시 시작되었고, 안보 패러다임이 가격 패러다임을 대체했다.

First published in :

European View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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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aus Welle

Klaus Welle는 2023년 4월부터 마르텐스 센터 학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전 유럽 의회 사무총장(2009-22)을 역임했다. 그는 런던정경대(LSE)의 초빙 교수, 루벤가대(KU Leuven)의 방문 교수, 그리고 뉴욕 콜린 파월 글로벌 리더십 스쿨(Colin Powell School for Global Leadership)의 모이니한 센터(Moynihan Center)의 상주 리더(Leader in Residence)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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