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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ense & Security

거래적 정치: 미국의 힘이 쇠퇴하는 가운데 미국-걸프 지역 국가 간 안보 및 방위 관계 재고

걸프 아랍 국가 협력 위원회는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및 UAE로 구성된 지역적, 정부 간, 정치적, 경제적 연합입니다.

Image Source : Shutterstock

by Kristian Coates Ulrichsen

First Published in: Jun.05,2025

Jun.30, 2025

초록

 

본 논문은 걸프 협력 회의(GCC) 6개국의 안보 및 방위 정책 변화를 설명하고, 미국-걸프 지역 국가 간 관계에서 정치적·지정학적 긴장과 협력 증진 및 상호운용성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구분하여 분석한다. 이들 국가 간 안보 및 방위 관계의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서, 본 논문은 급변하는 시대를 맞은 미국-걸프 지역 국가 간 파트너십의 기본 구성 요소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평가한다. 본 논문은 먼저 카타르 알우데이드 기지와 같은 미국의 전방 기지에 대한 걸프지역 국가들의 지속적인 의존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고 어떻게 이들 국가의 미국의 비(非)관여 정책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두 번째 섹션은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2023년 발발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이 지역의 대응을 살펴본다. 세 번째 섹션은 미국-걸프 지역 국가 간 안보 및 방위 관계의 ‘기본적인 사항’을 살펴보고, 정치적 긴장과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가운데에서 미국-걸프 지역 국가 간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레드샌드, 미국-바레인 간 포괄적 안보 통합 및 번영 협정과 같은 미국의 무기 판매 프로그램을 고찰한다.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 규모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섹션은 국제 권력과 국제 정치에서 거래 중심적인 접근 방법이 선호되는 시대에 안보 관계에 있어 보다 유연한 접근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그 여부를 고찰하고자 한다.

 

2021년 8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지 6개월 남짓 만에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이를  탈레반의 부활에 직면한 미국이 친미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버리고 도망갔다고 평가하는 걸프 협력회의(GCC)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과연 이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나아가 2011년 초 아랍의 봉기가 시작된 후 미국이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에 대한 지원을 철회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는 걸프 국가의 관리들이 이미 의문을 제기하고 있던 미국 주도의 지역 질서에 또 다른 타격으로 보였다. 이 지역 국가들은 정치적, 경제적 관계, 그리고 다소 덜하지만 안보와 방위 관계를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각화함으로써 미국 주도 질서를 약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걸프 국가 지도자들에게 있어 카불 함락은 미국의 군사 개입 포기로 여겨졌다. 그들은 이러한 미국의 군사 개입 포기가 일방적인 조치이며,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등 연이은 미국의 정권 교체 시기에 이루어진 점에 의구심을 품었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행동했다. 미국의 국익은 매우 좁게 정의되었고,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는 듯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 긴장이 고조되자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침공을 앞두고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긴밀히 협력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함으로써 중대한 실수를 범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미국의 정보 및 타국과의 정보 공유는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는 매우 눈에 띄게 큰 역할을 수행했으며 그 결과, 특히 나토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은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했다. 그러나 걸프 국가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미국에 대한 신뢰 회복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걸프 협력 회의 국가들은 헤지 전략을 추구하고 안보 파트너십을 더욱 다각화했지만, 그 방식은 국가마다 각각 달랐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공격한 이후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은 점점 더 취약해지는 중동 지역 질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의문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걸프 국가들 간 안보 및 방위 관계의 ‘기초’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다만,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 미국이 이 지역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미국이 취해온 접근 방식과는 달리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은 느슨하고 거래적인 형태로 접근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 결과 아랍에미리트가 러시아 자본과 기업의 안전한 피난처가 된 것, 홍해에서 후티반군의 선박 공격에 대한 지역적 대응이 이루어진 점,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에 대한 희망이 희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관계가 회복력을 유지하는 것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4년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한 지지를 저울질하던 시기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이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를 접견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지역의 이해관계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논문 분석의 초점은 미국과 걸프 국가 간 정치 및 안보 관계와 그 미래에 대한 ‘퍼즐’이다. 양측의 관계가 이전 보다는 많이 약화되었지만 동시에 회복력 있는 적응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미국-걸프 국가 간 안보 관계의 변화를 살펴본다. 본 논문은 미국의 외교 정책 담론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거기에다 트럼프 1기와 2기 행정부 기간 동안 더욱 강화된 미국과 이 지역 파트너 간 단순한 ‘부담 분담’ 을 넘어, 걸프 국가들이 미국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보다 거래적인 접근 방식을 발전시켜 더욱 유연한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 주도의 이 지역 질서에서 지역 안보 구조가 국제화로 광범위하게 전환되는 추세와 일맥상통하는데, (모든 측면에서) 각 국가의 정책 선호도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걸프’지역 국가 모두를 아우르는 통일된 단일적인 접근 방식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이 지역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의 안전 보장에만 의존하려 하지 않고, 2010년대 사건들을 계기로 더욱 다각화된 안보 및 방위 파트너십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 또한 각 국가마다 그 속도가 다르고 외부 파트너의 선택에도 일관성이 없다.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를 비롯한 여러 걸프 국가들이 적극적인 지역 및 국제 행위 주체로 부상했으며, 이들 국가들은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왔다.

 

본 논문은 총 4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군 기지와 같은 시설에 대한 이 지역 국가들의 지속적인 안보 의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비(非)관여 정책에 대한 걸프 국가들의 인식이 어떻게 그리고 왜 변화했는지를 살펴본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2023년 10월에 시작된 가자지구 분쟁에 대한 이 지역의 대응을 살펴본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미국과 이 지역 국가 간 안보 및 방위 관계의 핵심 사항을 살펴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레드샌드 프로그램과 최근 미국과 바레인 간 체결된 포괄적 안보 통합 및 번영 협정과 같은 미국의 무기 판매 및 방위 프로그램들을 이 지역에서 만연한 정치적 긴장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양측 간 실질적인 안보 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으로 고찰한다. 이 지역에 주둔한 미군의 병력 규모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결론 부분에서는 국제 정치가 더욱 거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대의 안보 관계에 대한 보다 유연한 접근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어떻게 지속 가능한지를 고찰한다.

 

미국의 비관여 자세에 대한 걸프 국가들의 인식

 

걸프 국가들의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이 지역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이 과거 보다 덜 관여적이고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2010년에서 2011년 아랍의 봄 봉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30년 동안,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기간 동안에도 이 지역에는 매우 가시적이고 대규모의 미국의 병력 배치가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러한 미군의 주둔은 미국-걸프 국가 간 안보관계에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미군의 주둔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지에 대해선 확실히 보장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과 관련해 이 지역 정책 입안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역대 미국의 모든 행정부에 대해 지속되어 왔다. ,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등 여러 행정부에서 동일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이 지역의 미군 병력이 계속해서 감축됨에 따라 그러한 인식이 더욱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더욱이 걸프 지역 문제에 대해 이 지역 국가와 미국간 합의도 이 지역 국가들의 단일한 접근 방식은 없었다. 양측 관계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한 단일 사건도 없었지만, 10년에 걸쳐 전개된 일련의 미국의 정책 결정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나타났다. 그 결과, 다극화와 전략적 선택지가 확대되는 글로벌 정치에서 특정 파트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기 위해 걸프 국가들의 안보 및 방위 정책에서 다각화 시도가 강화되었다.

 

걸프 지역 국가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여러 문제들을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다시금 반추해 보는 것은 마치 끈의 길이가 얼마나 될지 묻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시절에는 미국과 걸프협력회의 국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서 사담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에 대한 처리 문제와 이란이 주요 지정학적 수혜자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과 관련 해 마찰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 의도(및 결과)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갖게 되었다. 더욱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 부족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2000년대 후반소위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와 관련된 것도 포함되었다. 걸프 국가 지도자들은 이를 냉전 이후 중동에서 미국의 초점이 아시아로 옮겨간 것으로 (잘못) 보았다. 게다가 2011년 2월, 어려움에 처한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지원이 철회되면서 걸프 지역 국가들은 큰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 걸프 지역 국가들은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을 오랜 미국의 파트너에 대한 미국의 배신으로 여겼다

 

아랍 봉기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걸프협력회의 국가의 경우에는 훨씬 더 온건했고 지역 파트너의 안정에 대한 미국의 이익이 반영되었다)과 관련해 2013년 11월 미국과 이란 관리들이 1년 넘게 오만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고, 이후 P5+1과 이란 간 ‘2015년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CPOA)’ 협상이 이어졌다. 두 협상 모두 걸프협력회의 국가는 배제되었고 그 결과 미국의 이 지역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었다.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이 이란의 핵 활동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고 다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2015년 3월 예멘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여 이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후티 반군의 진격을 저지했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The Atlantic 잡지와 가진 인터뷰는 양측 관계가 악화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데, 그것은 당시 미국의 관계자들이 2011년 리비아 사태에 개입한 영국과 프랑스 정부를 향해 비난하는 대신 그 비난을 중동 국가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동 국가들을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했기 때문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불쾌감과 당혹감은 리야드, 아부다비, 마나마 등 걸프 지역 여러 국가들의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환영하는 데 기여했다.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그리고 이집트)이 카타르를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을 지지했는데, 이 결정은 카타르 뿐만 아니라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현직 대통령이 비록 일시적이기는 했지만 미국의 파트너를 버리는 듯한 모습은 걸프 국가들의 가장 중요한 대외 관계의 신뢰성과 지속성에 대한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다. 2년 후,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에너지 및 해상 시설에 대한 후티반군의 일련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에미리트는 미국과의 파트너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왜냐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절반으로 줄어든 지 이틀 후인 2019년 9월에야 기껏,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이었고, 우리에 대한 공격이 아니었다”고 지적하며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덧붙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미국 행정부의 태도는 이 지역 문제 전문가들로 하여금 미국-걸프 국가 관계의 기반을 형성한다고 믿었던 미국의 안전 보장의 가치 또는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2020년 1월 바그다드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카심 솔레이마니가 살해된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미국의 영향력이 명확해졌고, 이에 따라 걸프협력회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후 ‘이란과 연계된 무장 집단의 공격에 직면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토를 방어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하며서 미국의 신뢰성이 회복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지만, 바이든과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간 사이는 2019년 대선 토론에서 바이든이 한 발언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고, 심지어 빈 살만은 2022년 자신에게 의견에 구하는 바이든의 질문에 “그냥 상관없다”라고 답하기까지 했다.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에 대한 이 지역의 대응

 

2021년 8월, 카불에서의 미군 철수는 무질서하고 일방적인 것으로 보였으며, 이는 이미 미국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걸프협력회의 국가의 정책 분석가와 관리들에게 미국의 이익이 변덕스러울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였다. 2000년대에 시작된 ‘영원한 전쟁’이 무기한 계속될 수 없다는 데에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최종 철수를 진행한 방식은 이 지역 파트너 국가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이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우려를 강화했다. 미군과 유지 보수 시설이 모두 철수, 철거된 후 아프가니스탄 공군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모습과 미국이 지원하는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가 아랍에미리트로 도피하는 모습은 아무리 그것이 강력하더라도 단일 안보 파트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강한 인식을 이 지역 국가에 깊이 박히게 하였다.

 

미군이 철수한 후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2022년 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정책을 조율하고, 2월 24일 러시아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된 후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은 2021년 카불의 혼란을 둘러싼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일부 치유해 주었다. 미국의 신뢰 회복 조치에는 동유럽에 미군을 추가로 배치하고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로 진격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2022년 1월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주요 비 (非)나토 동맹국 지위를 부여받은 카타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국제적인 인도주의적 노력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는 셈이 되었다. 타밈 에미르 카타르 군주는 백악관에서 바이든을 방문하고 도하에서 러시아 에너지 관리들을 접견하면서 가스 시장에서 균형 잡힌 역할을 하려고 했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세계 에너지 안보에서 걸프 국가들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재확인되었고, 2011년 말과 2022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유가와 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2014년 유가 폭락 이후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던 걸프협력회의 국가들의 예산은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응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미국-유럽(그리고 나토)간 ‘통합, 결속’ 의 효과는 미국-걸프 지역과의 경색된 관계를 완화하는 데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대응은 이전 몇 년간 형성되었던 상이한 양상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다른 남반구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걸프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았다. 걸프협력회의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단 방위가 ‘국제 질서를 규정하는 사건, 국제 동맹과 규범이 재편되는 세대적 순간’이라는 미국과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걸프 지역 지도자들은 블록 간 새로운 경쟁의 시대로 끌려들어가기를 거부했고,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는 달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남반구’의 많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정치적 또는 안보적 이익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여기지 않았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이후의 사건 전개에 대한 입장은 다양했다. 카타르는 우크라이나(그리고 미국의 입장)와 가장 긴밀히 협력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는 러시아에 더 가까워졌고, 쿠웨이트와 오만은 그 중간쯤에 위치했다. 이러한 걸프 지역 국가 간 입장 차이는 2017년과 2020년 사이에 일어났던 걸프협력회의 국가 간 분열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의 봉쇄 압력에 직면했는데, 이러한 카타르의 경험은 강대국이 작은 이웃 국가를 위협하고 궁극적으로 침략하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카타르 지도자들은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기존 관계는 변함없이 유지했고,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러시아 국영 거대 기업인 로스네프트와의 관계 종료를 발표한 후 카타르 투자청(QIA)이 로스네프트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아랍에미리트의 친러시아 입장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2년 임기의 순환 이사국을 맡게 되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유엔 총회 긴급 회의 소집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서 두 차례 기권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로 인해 미국과 상당한 마찰을 야기했다.

 

2022년 이후의 걸프 지역 국가의 대응은 미국과 주요 걸프 국가들 간 관계 악화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켰다. 아랍에미리트 국왕 모하메드 빈 자이드와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모두 푸틴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간청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이 지역 국가들의 입장은 수년간 고조되었던 미국-걸프 국가 간 긴장이 지역적 반응으로 어떻게 드러났는지 잘 보여준다. 2022년 러시아 기업에 대한 미국, 유럽 연합, 영국의 추가 제재가 부과된 후, 아랍에미리트(특히 두바이)는 러시아 자본 및 비즈니스 엘리트에게 환영받는 안식처로 떠올랐으며, 그중 몇몇 러시아 엘리트들은 아랍에미리트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제재를 받은 러시아 기업 중 다수는 걸프 국가 비즈니스와 사업을 계속했고, 이로써 푸틴 정권을 고립시키려는 국제 제재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모하메드 빈 살레 알-사다(Mohammed bin Saleh Al-Sada)가 2023년 사적 자격으로 로스네프트(Rosneft) 이사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이는 러시아의 제재 대상 기업과 걸프 국가와의 관계를 줄이려는 서방의 호소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유가 사태는 걸프 국가들이 미국과 같은 파트너 국가들의 이익과 충돌하는 경우에도 자국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국제 정치에서 국가들은 자신의 대내외적 이익에 대한 실용적인 계산에 기반하여 국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는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 동맹국들이 규칙 기반 국제 질서라는 명분 아래 우크라이나 방위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중동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협력하지 않는 모습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정책적 견해 차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보리스 존슨과 조 바이든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의 지도자들은 2022년 봄과 여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여 급등한 유가를 낮추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및 OPEC/OPEC+)의 생산량 증가를 요구했다. 더욱이, 2022년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제다를 방문하여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한 후 발생한 험악한 상황과 2022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조율된 석유 감산은 미국-사우디아라비아 간 이해관계의 차이를 절실히 드러냈다. 특히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리들은 사우디의 감산 결정이나 바이든 행정부의 증산 요청이 자국의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인지(아닌지)에 대해 서로 비난을 주고받았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가자지구 사태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비교하는 비평가들의 비판이 커지면서 국제 질서 체계의 정당성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이미지가 전파되어 중동 전역은 물론 걸프 국가를 포함한 남반구의 많은 지역에서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아랍 정서를 무시하기 어렵게 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지도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협정 체결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과 이스라엘군(각각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이 저지른 행위를 ‘전쟁 범죄’로 규정하는 방식과 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지 여부에 대한 미국과 걸프 지역 국가 간 의견 불일치는 이중 잣대와 위선이라는 비난을 불러일으켰고, 비(非)서방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대한 신뢰도를 약화시켰다.

 

가자지구 전쟁이 미국과 걸프 국가 간 관계의 전환점은 아니었지만, 각국의 안보 및 방위 이익과 우선순위에 있어 양측은 서로 다른 방향을 노정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이 계속되면서 걸프 협력회의 국가 지도자들의 성명은 더욱 강경해졌고, 모하메드 빈 살만은 2024년 11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이슬람 정상회담에서 ‘팔레스타인 형제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적 학살’을 언급하며 이를 맹비난 했다. 이러한 빈 살만의 발언은 그가 2023년 9월 미국 Fox News에 ‘매일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간 획기적인 관계 진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한 지 불과 14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이 획기적인 진전이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역사적 합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오만의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행동을 더 참혹한 언어를 사용해 비난했는데, 이는 때때로 하마스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에 가까웠고,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조용한 논평가 중 하나인 오만 시민들의 분노가 고조된 것을 반영한 것이었다. 모든 걸프협력회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가자지구 파괴에 대한 국내의 반발을 진정시켜야 했는데, 이는 2020년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에 체결하고 서명한 걸프 국가인 바레인과 아립에미리트에서는 더욱 민감한 이슈였다. 이외에 리야드, 아부다비, 두바이, 도하의 정책 입안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이 지역의 대규모 개발, 에너지 및 인프라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지역의 잠재적인 지역 변화 가능성의 위험을 줄이는 데 관심을 기울렸다.

 

진화하는 안보 및 방위 관계의 ‘기초’

I

위에서 언급한 정치적,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미국과 걸프 국가들의 안보 관계 및 방위 파트너십도 진화해 왔다. 2015년 이후 10년간의 변화는 양측 관계가  큰 전략적인 틀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임시방편으로, 사례별로 잘 작동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후자의 예로는 2015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걸프 정상회담에서 미국-걸프협력회의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출범한 것이다. 당시 걸프 지역 국가 정상들(두 명만 참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출범시켰고, 대테러, 미사일 방어, 군사 대비 및 훈련, 핵심 방위 역량, 사이버 안보 분야의 협력을 담당하는 5개 실무 그룹을 설치했다. 하지만 실무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중단되었고, 대신 트럼프하의 미국은 걸프협력회의 국가들과 이집트, 요르단을 포함한 중동 전략 동맹(MESA)을 구축하려 노력했다. 중동 전략 동맹은 카타르를 둘러싼 걸프협력회의 국가 간 내부 갈등, 이 이니셔티브에서 다룰 사안의 범위와 규모에 대한 당사국 간 합의 실패, 그리고 2019년 이집트의 동맹 철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미국-걸프협력회의 국가 실무 그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1년이 지난 2023년 2월에서야 처음으로 다시 소집되었다. 당시 회의는 이란의 무장 드론이 러시아에 공급되고 러시아가 이란에 방위 지원을 제공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진행되었다. 이란의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장과 민간 및 기반 시설 목표물을 대상으로 한 작전 및 전투 환경에서 시험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미국-걸프협력회의 국가의 이익에 어떻게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미국과 걸프 국가들의 해군은 2023년 2월과 3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미국이 공동으로 주도하고 오만 해상안보센터(Maritime Security Centre)의 지휘 하에 18일간 진행된 대규모 국제해상훈련(International Maritime Training)에 참가했다. 미 중부사령부의 주관으로 개최된 이 훈련에는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온 7,000명 이상의 병력과 35척의 함정이 참가한 가운데 홍해, 아덴만, 아라비아해, 그리고 걸프만에서 진행되었다. 우연의 일치인지도 모르지만, 같은 달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과 함께 오만만에서 합동 해군 훈련을 실시한 것은 걸프협력회의 국가가 안보 및 방위 관계에서 여전히 미국 편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020년 이후 진행된 여러 계획들은 미국과 개별 걸프 국가 간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이 맞춤형으로 양자 간 및 특정 사안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사우디 관리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레드샌즈 통합 실험센터(Red Sands Integrated Experimentation Centre)를 사우디아라비아 내 지역 시험 시설로 개발하여 이란과 이란의 대리 세력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으로 인한 공동 위협에 대한 협력을 강화했다. 미국과 사우디군이 참여하는 합동 훈련은 2019년 9월 사우디 석유 인프라 시설에 대한 탄도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당시 사우디 방공망을 뚫은 무인 항공 시스템을 파괴하고 무력화하는 시스템을 시연했다. 미국 관리들은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 개혁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 직원들은 사우디 담당 부서를 지원하여 인적 자원 개발, 합동 참모 개발, 정보 재편 및 전력 유지, 그리고 국방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사우디 군 역량 강화 역할은 지금까지 미국이 대외군사판매(FMS) 과정에 산발적으로 개입했던 것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보다 심층적이거나 근본적인 정책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 걸프 지역 파트너국가와의 안보 관계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진 또 다른 사례는 2023년 9월 미국이 바레인과 체결한 포괄적 안보 통합 및 번영 협정(C-SIPA)이다. 바레인의 살만 빈 하마드 알 칼리파 왕세자가 워싱턴 D.C.를 방문하던 중에 발표된 이 협정은 “미국이 역내 어떤 국가와 체결한 것 보다 더 진일보한 공식 안보 협정”이다. 포괄적 안보 통합 및 번영 협정은 상호 방위 보장에 관한 언급은 없지만, 양국의 안보 전반에 걸친 협력 조치를 통해 방위 및 안보 협력과 무역 및 투자 관계를 확대할 것이다. 많은 안보 관련 이니셔티브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지만, 포괄적 안보 통합 및 번영 협정은 2017년 카타르를 시작으로 현재 모든 걸프협력회의 회원국을 (집단 차원이 아닌) 양자 차원으로 포괄하는 양측 간 전략적 대화를 기반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 포괄적 안보 통합 및 번영 협정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다른 걸프 국가들, 특히 리야드와 아부다비에서 면밀히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는 오랫동안 미국의 안전 보장 강화를 요구해 왔으며, 가장 최근에는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과의 정상화 합의(사우디의 경우)와 미국의 ‘명문화된’ 안보 공약(아랍에미리트의 경우)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아랍에미리트 관계자들은 아랍에미리트가 지역 간, 그리고 점점 더 세계화되는 국제무대에서 자립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중견국’이라는 확신을 반영하는 접근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2020년 9월 이스라엘과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아랍에미리트가 서명한 협정문은 모로코, 바레인, 수단이 서명한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었고, 아랍에미레이트-이스라엘 협정에만 포함된 ‘중동을 위한 전략적 의제’를 언급했다. 아랍에미리트-이스라엘 간 이 협정의 전략적 및 안보적 측면은 양국이 발표한 새로운 계획과 합작 사업에서 안보 및 국방 관계가 핵심이 되면서 정치 관계에서 주기적으로 마찰이 이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양국 간 관계 정상화 과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은 아브라함 협정에서 탈퇴하지 않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아직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는 모두 강력한 국가 역량을 갖춘 소규모 국가로서 안보 및 방위 분야에서 공식적인 협력을 실행에 옮겼다. 여기에는 2021년 11월 홍해에서 실시된 첫 합동 군사 훈련이 포함된다. 이 훈련은 바레인에 주둔한 미 5함대가 조율했으며, ‘무기 밀수와 해적, 이란 해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집단 경찰 활동의 선례를 만들었다.’ 2023년 2월, 아랍에미리트 방위 컨소시엄인 EDGE와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srael Aerospace Industries)의 합작 투자로 아부다비에서 열린 연례 해군 방위 및 해상 안보 전시회에서 감시, 정찰, 지뢰 탐지에 사용할 최초의 공동 제작 무인 해군 함정이 공개되었다.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에 관한 정보 공유도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양국 간 협력은 2022년 1월 아부다비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아랍에미리트 정책 입안자들은 12U2(인도, 이스라엘, 미국), 네게브 포럼(미국 및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한 다른 아랍 국가들), 소말리아 5개국(미국, 영국, 카타르, 터키), 예멘 4자회담(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련의 보다 집중적인 ‘소규모 다자간’포럼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지역 및 국제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왔다. 공식적 기구 밖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현안 기반 협력은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중견국이 특정 파트너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특히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걸프 국가(경제 및 에너지 문제)와 미국(중국과의 권력 경쟁 및 전략적 경쟁과 관련) 모두에게 점점 더 중요한 관심 지역이 되었다. 미국과 걸프 지역 국가들이 중국(그리고 어느 정도는 러시아)을 상대로 경쟁하고 때로는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균형 있게 조정하는지(또는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지)는, 2021년 미국-아랍에미리트 양국 관계에서 심각한 긴장을 야기했던 아부다비에 중국 해군 시설 건설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에서 잘 알 수 있는데, 국방 및 안보 관계에 정치 관계가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거래적 접근 방식으로의 전환

 

미국과 걸프 국가들 간 미래 관계는 이해 당사국들을 장기적인 협정에 구속하지 않고 지역 문제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는 일련의 거래적 원칙을 기반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 공통된 이해관계 영역에 대한 보다 강력하면서도 그러나 좁은 기술관료적 관점은 미국과 걸프 국가 간 관계를 표류시킨 지난 날의 정치적 압력과 불확실성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고차 방정식에서 ‘정치를 배제하는’ 것은 실제로 쉽지 않을 수 있으며,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놓고 미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압력을 가한 경우나 사우디아라비아가 2023년에 확대된 브릭스+ 그룹에 가입하지 않도록 한 경우(아랍에미리트는 가입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 가입하지 않음)처럼 상호 오해나 불만이 쌓일 수 있다. 2023년 이후 여러 가지 상황 발전은 진정한 다극적 국제 환경에서 새로운 이해관계 구성이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징후를 보여준다.

 

2023년 3월 중국에서(그리고 중국을 통해) 발표된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간 외교 관계 복원 합의는 이해관계와 정책을 재고하고 재조정할 수 있는 보다 큰 유연성을 갖춘, 더욱 다채로워진 관계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전조일 수 있다. 베이징에서의 합의는 미국 관리들을 놀라게 한 것으로 보이는 데, 이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보다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이란 관리들은 2021년부터 이라크와 오만의 중재로 여러 차례 회담을 진행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다가 중국의 후원하에 합의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모두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모두와 에너지 및 경제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어 미국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균형 잡힌 역할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간의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에, 중국의 사우디아라비아 협상 지지는 중국과 두 지역 파트너국이 갈등이 아닌 외교적 노력을 원한다는 신호였다.

 

2021년 이후 걸프 지역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걸프 국가들은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안보에 기여해 왔다. 여기에는 지역 분쟁(오만과 카타르)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중재 활동이 포함된다. 2020년 이후 오만 외무장관인 바드르 빈 하마드 알부사이디는 오만 외교 정책의 특징인 오랫동안 “우리는 강대국들 사이의 중재적 위치를 활용하여 주변 지역의 갈등 가능성을 줄이려 노력한다”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오만 관리들은 예멘에서 합의 도출을 위해 계속 노력하면서 미국과 이란, 그리고 사우디와 후티 반군 관리들 간 간접적인 대화 채널을 열어두었다. 카타르의 중재자들은 2023년 10월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미국과 이집트 측과 긴밀히 협력했으며, 그 대가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 마지막 날 2025년 1월, 위태롭지만 3단계 휴전 협정를 이끌어 냈다. 가자지구 문제을 위한 카타르-미국의 긴밀한 공조는 2021년 카불에서의 미군 철수를 촉진하고 이를 지원한 카타르의 중재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관리들은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용하여 포로 교환을 촉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신뢰 구축 조치에 기여하고자 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분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간헐적인 수감자 석방은 작은 변화였을지는 모르지만, 걸프만 국가들이 강대국 간 경쟁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으면서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다양한 접촉을 유지하고 다양한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은 양극화된 세계에서 분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미-러 관계 재편 과정에서 사우디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은 사우디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외교적 조력자로서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 협상에서 배제된 것에 불만을 품은 이후, 향후 이란-미국 간 핵 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 해상의 선박을 공격한 것은 걸프 지역 국가들이 직면한 미묘한 균형감각을 부각시켰다. 1948년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가장 치명적인 전쟁이 2023년 10월 7일 이전 중동 지역 정치의 흐름을 특징지었던 화해 분위기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도시와 기반 시설에 대한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2015년~2022년)과 아부다비에 대한 공격(2022년)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된다. 특히 사우디의 비전 2030이 중간 지점을 통과하고(2016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시작),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해안선을 따라 건설 중인 ‘기가 프로젝트’들이 건설 및 인도 단계에 접어들면서, 사우디 지도부는 외국인 투자자와 방문객 유치를 위해 ‘위험 경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사우디 공무원들은 2022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제다에서 매년 열리는 포뮬러 원 자동차 레이스는 전날 후티 반군이 공격한 인근 석유 저장 시설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검은 연기를 배경으로 진행되었다.

 

2023년 11월에 시작되어 2024년 1월에 다국적 대응을 촉발한 홍해 상 선박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특히 홍해 해안선에 위치한 네옴과 같은 프로젝트의 위치를 ​​고려할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걸프 지역에서 신중한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바레인은 해상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12월에 결성된 다국적 연합 작전인 ‘번영 수호자’ (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에 참여한 유일한 걸프협력회의 국가였다. 그러나 바레인은 함정 및 공중 기반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예멘의 후티 반군 목표물에 대한 공습에는 걸프만에 주둔한 미국이나 영국군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대신 공습은 키프로스, 영국, 미국의 기지에서 시작되어 후티 반군이나 이란의 반격으로 여기될 걸프 지역 국가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했다. 따라서 ‘번영 수호자 작전’은 미국-걸프협력회의 국가 간 관계에 대한 보다 유연한 접근 방식의 전조일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서는 안보 및 방위 협력이 기술관료적 기반에서 지속되는 반면, (지)정치적 이해관계의 탄력성과 때로는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130년 만에 비연속적으로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2025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한 것은 미국의 국내 및 외교 정책 결정이 앞으로도 매우 거래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불안정한 노선을 따라갈 것임을 시사한다. 중동 지역과 국제 정치 구조에서 ‘탈미(脫美)주의’ 질서로의 전환은 인식과 정책을 더욱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걸프 국가들은 미국의 동맹국(공식적인 의미에서)도 아니고 적대국도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이 이란,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은 미국과의 관계 진전의 차이를 심화시키고, 더 느슨하고 거래 중심적인 접근 방식으로 관계를 재편할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가자지구 전쟁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의 단절로 이어지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급변하는 국제 권력 체제에서 걸프 국가들이 재편되는 양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First published in :

Alternatives: Global, Local, Poli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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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tian Coates Ulrichsen

Kristian Coates Ulrichsen은 크리스티안 미국 라이스 대학교 베이커 공공정책 연구소의 중동 연구원이다. 그의 연구 분야는 걸프 국가들의 역사, 국제 관계, 정치경제학, 그리고 지역 및 국제 질서 내에서 걸프 국가들의 변화하는 위상이다. 그는 걸프 지역에 관한 7권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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